▲<어깨동무> 중 '꿈의 공장'의 한 장면
창비
첫 번째 장은 '거대한 힘, 아찔한 현장'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권력과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보편적인 인권 개념을 환기한다. 모두 세 개의 꼭지로 이뤄져 있는 이 장에서 '맞아도 되는 사람'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정훈이의 '꿈의 공장'이다.
'꿈의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군대식 관리 체제와 인간을 기계화하는 생산 시스템 덕분에 세계적인 자살률을 자랑하는 이 작품 속 공장의 실제 모델은 중국에 있는 대만 국적 업체 '폭스콘'이다.
애플의 최대 납품 업체이기도 한 폭스콘은,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경제 특구가 된 광둥성 선전(深圳)에 대규모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비인간적인 처우와 강제적인 통제 시스템을 이기지 못한 노동자들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폭스콘 공장은 '노동자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후 폭스콘은 선전 특구의 공장을 상당한 규모로 축소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4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닭장 같은 공장에서 전 세계의 유명 전자회사 상표가 붙은 첨단 휴대 전화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폭스콘은 중국 전역에서 15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중국 내 최대 외국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폭스콘의 공장에서는 보안 요원들의 강압적인 통제와 폭행 등 반인권적인 행태가 끊이지 않아 노동자들의 자살과 파업 등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무관심이나 안일한 대처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의 바람과는 달리, 세계 최대의 공장인 폭스콘에서는 '무덤'의 역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 인플레이션? 당연하다'다 너 잘되라고?!'와 '세대유감'에는 학교와 교육, 세대 차원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첫 번째 장에 비해 담겨 있는 이야기는 대체로 가볍다. 그렇다고 그 문제의 심각성까지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
가령 두 번째 장에 들어 있는 '사랑이란 이름의 추억 박탈'과 '교문 안 이야기' '그 아이' 등은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욕망 덩어리의 군상들이 드러내는 인권 문제를 실감나면서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교육에 관한 한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의 추억 박탈'을 그린 김수박 작가의 말처럼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행위를 하지만 사회적 결과는 나쁜 딜레마 말이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키고 내가 안 시킨다면 내 아이의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안 시키고 나는 시킨다면 내 아이의 성적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두가 시킨다면? 모든 학부모가 똑같은 사교육을 시킨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돈만 썼다는 결론이 됩니다.(본문 117쪽)이 책의 '여는 글'을 보면 인권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와 비슷하게 '인권이 밥 먹여주냐'는 말을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권은 지금보다 더 초초초 인플레이션이 되어야 합니다.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요? 그렇습니다. 인권은 밥을 먹여줄 뿐만 아니라 살아갈 방편도 마련해 줍니다.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실천하며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깨동무 -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정훈이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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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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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서 생산된 당신의 스마트폰, 이건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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