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탈핵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성제
1500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지진해일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 지역이 황폐화하고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며 주민 8만여 명이 아직 전국을 떠돌고 있는 사태가 한국에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을 포함, 이미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현실에서 2030년까지 19기의 원전을 더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 땅에서 '제2 후쿠시마'가 발발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신규원전 건설부지로 지정된 강원도 삼척의 주민들은 이날 행사장에서 원전 반대 서명을 받았다. '원전 증설 정책 중단' '노후 발전소 폐쇄'가 적힌 팻말들이 천막 앞에 설치돼 눈길을 모았다.
먹을거리의 안전을 위해서도 탈핵이 필요 "왜 나서느냐고요? 세상에 어떤 정부가 이렇게 시민 건강과 먹을거리 안전을 방치할 수 있는지 오히려 묻고 싶네요."녹색당 활동가 신지형(40·여·서울 용산구)씨는 후쿠시마현에서 수출된 수산물이 유아, 초중고 등 각종 집단급식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행사장에서 그는 급식 대상 식품의 안전성 검사 강화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느라 분주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투입됐고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바닷물이 태평양으로 흘러가 가츠오부시, 가다랑어 등 어류를 오염시켰는데도 우리 당국은 수입 중단 등의 조처에 소홀하다고 신씨는 비판했다.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면 시민들의 생활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살림 실무자 좌수일(40)씨는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는 농업 방식을 버리고 (수입 농수산물 대신) 가까운 지역에서 식품을 얻는 식생활이 필요하다"며 "가까운 곳에서 먹을거리를 얻는 것이 곧 탈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살림, 아이쿱 서울소비자 생활협동조합 등은 에너지절약형 개량화덕으로 고구마와 감자를 굽고 수프와 죽을 끓여 시민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