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송성영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함께 독서간담회를 열었다.
정일관
- 2003년부터 기사를 쓰셨습니다. 10년이나 됐는데 처음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2003년에 합천의 원경고등학교로 옮겨왔습니다. 당시 원경고는 5년차의 신생 학교였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학교를 위해, 그리고 원경고에 깃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다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학교와 대안교육을 소개하는 기사를 올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당장 실행한 거죠."
- 첫 기사 쓰신 뒤 2009년까지 꾸준히 쓰시다가 3년여 정도 공백기가 있으신데, 그동안 어떻게 지나셨나요. "제가 어찌하다 보니, 2009년 2학기부터 교감이 되었습니다. 교감이 되고 나니, 정말 바빴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공문도 엄청 많이 접해야 했으며, 각종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일이 늘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자연 글을 잘 쓸 수가 없었죠. 교감이라는 새로운 일을 익히고 전념하는 일에 매진한 거죠. 그런 와중에도 책은 늘 가까이 두려하였고, 독서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 그동안 쭉 교육이야기를 써오시다가 지난해 말부터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계신데,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러니까요, 제가 글을 통 쓰지 못하고 책만 읽다보니, 내 안에 꿈틀대는 표현 욕구를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마침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카카오 스토리를 배웠는데, 거기에다가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글을 짧게 올리는 것으로 그 욕구를 해소하려고 했죠. 그러다가 내가 아무리 바빠도 책 읽고 글쓰기를 못하면 지나가는 세월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던 책 소개 글을 확장해서 <오마이뉴스>에 서평 기사로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는 참 좋은 신문입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책동네와 교육분야, 어느 쪽에 더 애착이 가시는지. "어려운 질문이네요. 둘 다 소중합니다만, 사실 책동네가 편한 건 사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습겠지만 교육분야는 사진 자료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진 없는 맨글만 있는 기사도 많지만 왠지 밍밍한 거 같아서... 그리고 책동네는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책동네 분야의 활동을 통해 교육적 상상력도 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책동네에 저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 나만의 책 선정 기준이 있나요? "일단 책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모색하는 글, 미래적 가치(생태주의, 평화, 공동체, 자본주의 너머)를 다룬 책이나 인문학 전반을 다 좋아합니다. 특이하게도 저는 '집'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겠지요. 아름다운 집은 곧 삶이며, 우리 인류의 정신적 산물이란 생각입니다. 집이 인문학의 총화라고 하면 좀 지나칠까요? 그러다보니 나이에 맞지 않게 시각적인 데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부로 들어가면 작가의 개성이 풍부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출렁이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 일상의 경험과 책을 엮는 능력이 탁월하신 듯합니다. 비결이 있나요? 책동네 기사를 쓰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시민기자들에게 책동네 기사를 잘 쓰는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글쎄요. 비결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을 때 저의 삶과 지속적으로, 의도적으로 연결 짓기를 합니다. 내 삶과 연결 짓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무의미하고, 좋은 책은 자연스럽게 제 삶과 세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개인적인 체험이 그 책 내용과 만나게 되었죠. 그래서 저의 체험과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의미를 주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일기쓰기를 합니다. 마치 수행처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짧게라도 일기를 씁니다. 그게 혹 도움이 되었을지도.
그리고 책동네 기사는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읽고 가슴에 와 닿는 책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와 닿는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잉걸이든, 생나무이든 두려워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읽고 글 쓰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이정록 시인이 감사의 쪽지 주셨던 게 기억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