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양육수당 신청 중"보육료·양육수당 지원 사전신청 첫날인 2월 4일 대전 유성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은 할아버지와 어엄마가 수당 신청에 앞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혹자는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주나 바우처로 주나 무슨 차이가 있냐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바우처는 보통 신용카드 형태로 지원되기 마련인데, 어차피 무언가를 구매하고 지불하는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현금과 신용카드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우처의 경우 현금과 달리 그 사용처가 매우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임신확인서만 있으면 지급되는 고운맘카드가 대부분 산부인과에서만 사용될 수 있듯, 양육수당이 바우처로 지급된다면 양육수당 역시 정부가 지정한 특정 항목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정부가 양육과 관련된 항목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인데,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철학과 이와 관련된 소비패턴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정부가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운맘카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부인과를 주기적으로 가고, 초음파 검사를 하는 등 일괄적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큰 불편이 없었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같이 기형아 검사 등을 하지 않고 조산원을 이용한 가정은 그 제한적인 고운맘 카드 사용처 때문에 꽤 고생을 해야 했었다), 양육수당의 경우는 그 양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마트에서 산다고 가정하자. 정부는 이 장바구니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부모도 먹고 아이들도 먹는 음식인데 이를 양육과 관련 없다고 할 것인가? 또한 몇 푼 되지 않는 마일리지나 할인 혜택이라도 받아야겠다며 신용카드를 계산해서 활용하는 사람은 기저귀, 분유 등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로 계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가?
당장 우리 가정의 경우는 3월부터 나오는 양육수당을 특정 계좌에 입금시켜 모으고자 했다. 세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 달에 45만원 정도가 지급되는데 이를 차곡차곡 모아 훗날 아이들을 위해 쓰고자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 마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부모가 그 돈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쓸까봐 걱정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정부는 아직까지 양육수당과 관련된 바우처를 어떤 형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뚜렷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최적의 안을 연구하겠지만, 정부는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바우처 형식으로 가면 결국 근본적으로 소비처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처구니 없는 정부의 변경 사유 양육수당의 바우처 변경과 관련하여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언급했던 변경 사유 때문이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올곧이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 양육수당이 수혜 가정의 생계비나 사교육비 등으로 전용될 수 있다."만약 정부가 수혜 가정에 유럽의 선진국처럼 아이 한 명 당 양육수당을 100만원 씩 준다고 하면 이는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자금은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정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그 비용의 평균 이상이 된다면 세금을 집행하는 정부로서는 그 사용처에 대한 확인을 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