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갈 길이 고민되면 늘 J.G.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 떠오르곤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많은 울림을 주는 고전임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거울같은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해 본 J.G.피히테의 모습과 그의 강의록을 담은 『독일국민에게 고함』 번역서.
이명수
19세기 초 독일 프로이센은 1806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에 대패하고 국민은 절망에 빠졌다. 생활은 피폐해지고 고난을 극복할 한줄기 희망도 보이질 않았다. 암울했던 이 시기 독일 국민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자부심 그리고 가능성과 희망을 일깨운 이가 바로 철학자 피히테였다.
프랑스 군 점령 하의 삼엄한 베를린 학사원 강당에선 그의 용기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1807년 12월부터 매주 일요일 열네 차례에 걸친 강연 내용이 비로 독일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인의 교양 필독서로 전해지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다.
피히테는 패전 후 독일국민에게 만연한 패배감·이기심·나태함을 지적하면서 국가 재건에 필요한 새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노인·실무자·사상가·학자·문필가·영주 등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각자의 소임을 완수하면서 분열을 극복해 나아갈 대통합을 절절한 목소리로 청원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겉으로는 외세의 지배하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광복 이후 자주적인 통일시대를 열지 못하고 분단현실에 처해 있으며 북한의 준동 앞에 불안한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와 국익을 앞세운 중국·일본 등 보수적인 성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러시아 등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적 난제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우리는 세대와 지역, 계층의 반목과 갈등 속에서 대통령을 뽑았고 과반을 겨우 넘긴 표차로 선출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정부만의 나라가 아니며 우리 4천만 모두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지켜보며 비판하고 반대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동하고 실천하며 함께 이뤄내야 할 사명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전문 제1조 2항)"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감시와 비판의 권리를 넘어서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건설해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인권과 권리를 유보해가면서까지 이뤄냈던 성장과 전진의 역사를. 비록 위로부터의 국민운동이었지만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범국민운동을 통해 이룩한 성장과 전진이었다. 또한 그 시대에 성장한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던 국민교육헌장. 비록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이었지만 그 교육을 통해 우리는 가난을 딛고 경제성장과 근대화라는 역사를 이뤘다.
광복 이후 1980년대까지를 인권과 권리를 유보한 성장의 시대라 한다면, 1987년 6월민주항쟁 이후는 오늘까지 만 25년가량의 역사는 민주화와 분배를 향한 전진이었다. 이제 오늘 우리 대한국민은 성장과 민주, 공정과 분배를 이뤄내야 할 의무와 사명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너'와 '나'이기 이전에 '우리'여야 한다. 비단 피히테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가슴을 울렸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목소리가 함께 우리 가슴을 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는 명제로 시작하는 단재 선생의 <조선상고사>. 그리고 광복 이후 단재의 민족사관을 다시 펴낸 민족주의자 안재홍 선생의 서문이 새롭게 가슴을 울린다.
"조국의 민족사를 똑바로 써서, 시들지 않는 민족정기가 자유 독립을 꿰뚫는 날을 만들어 기다리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