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하다는 이유로 불태우지만 않았어도...

19금 낭만이 흐르는 에로티시즘 인문학 강좌

등록 2013.03.23 16:41수정 2013.03.24 20:05
0
원고료로 응원
a

‘매화’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이황은 관기녀 두향으로부터 선물받은 매화가 대(代)를 이어 지금도 안동의 도산서원 입구에 그대로 피고 있다. ⓒ 엄길수 제공


"매화에 물을 주어라"

퇴계 이황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 남긴 마지막 유언이다. '매화'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알 수 있는 그의 마지막 한마디. 그는 왜 이토록 매화사랑이 남달랐을까? 4군자에 속하는 매화가 지닌 절개도 절개지만 <여수넷통>문화사업단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다. 그의 나이 48세. 단양현감 시절 관기녀 두향이라는 18세 여인과 운명의 만남이 시작된다. 오늘날로 말하면 원조교제 격인 그들만의 사랑은 매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퇴계의 시 한편이 그 모든 것을 압축한다.


前身應是明月幾生修到梅花(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두향은 (선생의) 간곡한 청으로 관기에서 빠져 나온다.  하지만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퇴계가 죽자 그를 그리다 결국 남한강에 몸을 던져 수절한다. 두향의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한 절박하고 준엄한 사랑이었다. 그 때 두향이 퇴계 선생에게 주었던 매화는 대(代)를 잇고 지금도 안동의 도산서원 입구에 그대로 피고 있단다.

엄길수...성 금기시 하는 정권, 문화의 다양성 인정해야

22일 오후 7시 <여수넷통> '19금 낭만이 흐르는 에로티시즘 2013 봄맞이 인문학 강좌' 두 번째 이야기 '조선춘화에 담긴 옛사람들의 性'강의가 시작되었다. 음담패설은 각국마다 다르다. 한국은 육담, 중국은 황담, 일본은 외담으로 표현한다. 중국의 춘화는 궁중의 풍속이 배경이다. 또 일본은 우끼요에(부세화)라고 하는데 베개 밑에 두고 보는 책이란 뜻인 마쿠라에(침회) 책은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일본은 자국의 춘화를 자랑으로 삼는다. 국가에서 성을 규제했던 우리와는 판이하다.

한국의 춘화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단지 그 대상이 양반과 상인 할 것 없이 소재가 다양하다. 


a

여수넷통>'19금 낭만이 흐르는 에로티시즘 2013 봄맞이 인문학 강좌'에 조선시대 춘화가 전시되었다. ⓒ 심명남


아직도 정권의 규제로 춘화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대표적 인물은 진경산수화, 풍속도로 잘 알려진 단원 김홍도다. 그의 대표 작품은 운우도첩이다. 중인출신인 그는 조선말기 대표 명문가의 화가이자 평론가였던 문인출신의 강세황을 만나 많은 춘화를 남겼다. 그의 그림은 후대화가인 혜원 신윤복으로 이어진다.

조선춘화의 백미는 꽃이 피어 향기가 그윽한 국화 옆에서를 그린 혜원의 작품 건곤일회첩에 잘 나타난다. 스승은 야외를 배경으로, 제자는 주로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렸다. 이후 최우석의 운우도화첩이 그 뒤를 이었다. 이때 스님들이 춘화에 등장한다. 문밖에서 사랑을 훔쳐보는 관음기법도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성이 아들을 못 낳는 일이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치부되던 시절 스님과 여염집 여인의 정사장면이 묘사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춘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술가 엄길수씨는 "정조의 문체반정 후 많은 작품들을 음탕하다는 이유로 불 태우지 않았다면 오늘날 큰 유산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또 지난 정권시절 문화를 규격화 하려는 정책은 너무 편협한 사고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강의를 마친 엄길수 강사는 여수넷통 한창진 대표로부터 강의료 대신 상패를 수여 받았다. 재능기부 대가인 셈. 또 강의를 마친 엄 강사는 추사 김정희가 직접 그려 제자 이상적에게 주었던 그림을 탁본한 세한도를 선물로 줬다. 부부가 강연에 함께 와 선물을 받은 방남일(46세)씨는 "나도 서양화를 전공하고 그림을 그리지만 강좌에 참여해 강사님께 회화를 받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작업을 해서 한국화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a

강좌를 마친후 추사 김정희가 직접 그려 제자 이상직에게 준 그림을 탁본한 세한도가 방남일(46세)씨 부부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 심명남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넷통 #인문학 강좌 #엄길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60, 70대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
  2. 2 서울 사는 '베이비부머', 노후엔 여기로 간답니다
  3. 3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4. 4 원룸 '분리수거장' 요청하자 돌아온 집주인의 황당 답변
  5. 5 택배 상자에 제비집?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