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이 같이 '청와대 문책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데는 그동안 청와대를 향해 참아왔던 불만이 뒤늦게 터져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정권 초기 청와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에 철저하게 복무했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도 한만수 후보자 낙마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황우여·이한구 체제의 '침묵'은 앞서도 마찬가지였다. 52일 간 장기 표류했던 정부조직법 협상 당시 일부 비박을 제외하고 당내에서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사를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등으로 직접 여론에 호소하고 야당을 상대하며 당의 존재감은 더욱 실종됐다.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에 직언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상황을 여실히 노출시켰다. 황우여 당대표는 지난 21일 "문제는 국회의 의사가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전달이 안 됐다는 것이다, 우리 당 청문위원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그 의견 정도를 전달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며 당내 여론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방침은 실현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하루 만에 사퇴를 결정한 것도 있지만, 황 대표도 방침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의 무기력한 상황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성식·정태근·홍정욱·권영진 전 의원 등 초선들이 쇄신 그룹을 꾸렸던 18대 국회와 달리, 현재 당내에서 그럴만한 그룹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 초선들은 되려 당 지도부의 지시에 동원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겪던 지난 11일에도 집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 똑같았다. 이를 두고 한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기사 한 줄도 안 나는 일에 왜 초선들을 동원하는지 모르겠다"며 자탄하기도 했다.
한 비박 중진의원 측 관계자도 "4월 재보선은 무리고 10월 재보선 지나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야지 분위기가 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남아있는 당내 비박은 10여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모두 친박"이라고 단언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총선이 열렸던 18대 국회와 달리, 당에 외부적인 충격을 줄 변수가 너무 멀리 있다는 얘기였다.
'박근혜 그림자' 드리운 원내대표 경선, 친박 원내대표 재등장?당에 드리워진 '박근혜 그림자'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5월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역학 구도를 짐작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열린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는 친이계의 지원을 업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원외였던 박 전 의장은 여론조사에서는 정몽준 의원에게 밀렸지만 무난하게 당대표로 선출됐다. 반면, 2011년 7월 전당대회에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친이계 후보로 꼽혔던 원희룡 전 의원이 4위로 밀려났다. 반면 친박계 단일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2위에 올랐다. 그보다 두 달 전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황우여 대표가 친이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만큼 청와대의 여당 장악력이 떨어진 탓이다.
5월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도 마찬가지다. 현재 물밑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4선의 이주영 의원과 3선의 최경환 의원 모두 친박 신·구 실세다. 청와대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원내지도부로 두 사람 모두 손색없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 협상과 거듭된 인사 실패로 형성되고 있는 당내의 '당청관계 재정립' 요구가 원내대표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해진 의원은 5월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초기에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혼선을 빚는 것을 보면 앞으로 당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 수 있는 인사가 원내사령탑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부조직법 협상을 실무 총괄한 3선의 김기현 의원이 중도파 의원들의 지원 속에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5선의 남경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권 출범 초기에 여당은 협조적인 동반자의 지위에 있긴 하지만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건전한 당청 관계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많은 의원들이 '이건 아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 의원보다 중도적인 후보를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4월 재보선 결과가 나와봐야 당내 분위기가 확실히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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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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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의 '지각 반란', 박근혜 그림자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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