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혹시 여순사건에 대해 모르십니까

[인터뷰] <불량 국민들> 저자 주철희 박사

등록 2013.04.01 14:14수정 2013.04.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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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순천지역의 아픈 역사를 쓴 책이 최근에 출간됐다. <불량 국민들>. 책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누가 불량 국민인지 저자에게 먼저 묻고 싶었다. 저자는 대한민국 현대사는 왜곡과 조작이 많았다고 단언했다. 여기에는 여순사건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이 터질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분노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군 제복에 욱일승천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 보수우익들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일본인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왜곡되고 조작된 역사를 얼마나 제대로 청산해 왔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은 1948년 10월 여수 제14연대에서 시작되었던 '여순사건'을 기점으로 수만명이 죽어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역사 전공자답게 철저한 사료검증은 물론이고 가슴으로, 발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이 책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역사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19개의 시선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책이라 자부 할 수 있다.

a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가 발로 뛰며 쓴 저서 여순사건의 진실 '불량 국민들' 표지 모습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가 발로 뛰며 쓴 저서 여순사건의 진실 '불량 국민들' 표지 모습 ⓒ 북랩

저자는 제도사 중심의 역사에서 사람 중심의 역사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거시적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시사적으로 접근하여 다각적인 역사 해석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박정희가 여순사건이후 숙군과정에서 체포되어, 그가 알고 있는 남로당원을 순순히 실토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박정희의 남로당 가입과 관련해서는 형(박상희) 때문에 단순히 가입정도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가입한 사람에게 남로당 당원명부와 같은 기밀정보를 알려줄 조직이 어디에 있겠는가?"

저자 주철희는 여수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무엇보다 도발적인 문제의식과 문제제기로 사회·역사를 재해석 재평가하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을 찾아가 발로 뛰며 기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 그를 만나 책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 독일 시인 괴테는 작가의 모든 작품은 작가의 자서전일 따름이라고 했습니다. <불량 국민들>은 저자를 염두하고 제목을 부치지 않았는지요?
"저도 불량 국민이지요. 여순사건과 6․25전쟁기간에 학살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었지요. 죽고 보니 그들은 빨갱이었고, 불량 국민이었지요. 그 학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불량 국민들이라고 제목을 붙였지요"


-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대한민국 현대사를 공부를 하다 보니 너무 잘못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여순사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즉 왜곡과 조작을 말합니다. 거기에는 정부의 의도, 즉 권력자 개인의 정치적 탐욕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서로 공유하고,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제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순사건이 여수와 순천 등의 전남동부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시작점을 찾아보고자 책을 썼습니다."

- 대한민국 현대사를 왜곡과 조작의 역사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요?
"우리는 여순사건 이후 12년간 이승만 독재정권 아래 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아래서 26년을 살았지요. 거의 40년을 동안 민주 국가의 민주 시민으로서 인간의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했지요. 이러면서 독재자들은 개인의 정치적 탐욕을 채우기 위해 역사를 철저하게 편향적으로 왜곡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요.


예를 들어서 제주도 4·3항쟁은 평화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했지만, 무참한 학살이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제주도에서 폭동이 일어난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승만은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해 여수순천사람을 폭도로 가정하고 모두 죽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국 안정화와 개인의 정치적 탐욕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승만과 박정희가 적절하게 여순사건을 이용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반란'이라는 것 이외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반공이데올로기를 통한 왜곡과 조작으로 사람들을 세뇌시켰지요. 그래서 한국 현대사를 왜곡과 조작된 역사라고 했습니다."

- 19개의 시선으로 나누어서 기록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가장 큰 이유는 여순사건의 오류나 편향된 시각을 정리하다보니 19개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랬고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여순사건을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미시사적으로 접근하여 여순사건을 해석해보고자 했지요. 그러야만이 여순사건이 얼마나 왜곡되고 조작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람의 역사를 쓰려고 하였습니다. 역사에 가장 중요한 사람보다는 정치·사회적 제도사란 거시사적인 역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냄새 나는 역사를 다양한 각도로 표현하고 싶어서 나누어 보았습니다."

a  여순사건에 대한 역사를 재해석, 재평가한 책  '불량 국민들'의 저자 주철희 박사

여순사건에 대한 역사를 재해석, 재평가한 책 '불량 국민들'의 저자 주철희 박사 ⓒ 오문수


- 국가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던데 잠깐 소개를 해 주신다면?
"일반적으로 국가폭력 그러면, 박정희 유신시대를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이승만 정권아래서도 그만큼의 국가폭력이 있었습니다. 즉 국가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했지요. 거기에는 여순사건도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이승만 정권의 국가폭력은 박정희에 계승되었지요. 그래서 국가폭력의 시발점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요. 박정희의 실체에 대해 약간 언급했습니다. 또한 국가폭력이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강자, 승자의 논리로 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랑의 원자탄'이란 손양원 목사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책에 썼습니다."

- 읽어보신 분이 재미있다고 하던데, 이런 내용은 어렵고 따분하지 않는가요?
"논문이란 게 그렇습니다. 이 책을 작업하는 과정이 약간 걸렸는데, 그 이유가 일반인들이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논문을 해체하여 풀어 썼습니다. 그렇지만 필력이 부족하다보니 딱딱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하튼 쉽게 쓰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만이라도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손양원 목사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던데?
"박정희는 남로당의 군사부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숙군을 당했지요. 그런데 지금 보수우익과 정부와 국군에서는 여순사건은 남로당의 지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박정희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을 따져봤고요. 박정희의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여순사건은 새로운 전환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손양원 목사의 '사랑의 원자탄'은 매우 유명한 일화가 되었고, 책으로도 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성역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것이 숨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사실을 따져봤습니다."

-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할 말은?
"우선 환영하고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에는 두 가지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여순사건의 역사에 대한 진실규명이고, 또 하나는 피해자의 진실규명이지요. 그런데 현재 특별법은 피해자 중심이지요. 당연히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과 역사적인 진실이 규명되어야 만 전남동부지역에 살았던 즉, 빨갱이 멍에를 짊어지고 살았던 사람들의 억울함과 수난의 역사가 밝혀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데, 지방정부(전남도와 여수시)는 여순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이런 논의가 전반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에 찬성하지만 그 방향과 방안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합니다."

-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사료 또한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겪었던 수난과 고통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어머니의 역사이자 우리의 역사입니다. 이들에 이야기를 진솔하게 썼다고 생각하니 많이 애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여순사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넓은 시각과 역사에 대한 통찰을 통해 왜곡과 조작된 역사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정확한 인식 속에 역사를 바라봤으면 합니다."

여순사건 여수유족회는 지난 3월 28일 사건 발생 64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회는 소장을 통해 "여순사건 당시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생명권을 침해했고,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반하고 생명권을 침해한 점,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한 점 등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주철희 박사의 발로 기록한 역사가 재평가 받기를 희망하며 한국현대사의 비극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불량 국민들 - 여순사건 왜곡된 19가지 시선

주철희 지음,
북랩, 2013


#주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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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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