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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아내와 내가 만나 약혼식을 올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 지났다니... 세월은 참 화살처럼 빠르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때 우리는 약혼식 예물로 빨간 장미 한그루와 노란 장미 한그루를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시골 아내의 집 화단에 정성스럽게 심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 대신 향기나는 장미를 심으며 우리들의 장밋빛 인생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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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예물 40년 전 만우절날, 약혼식 예물로 빨간 장미 한그루와 노란 장미 한그루를 심으며 우리는 장미빛 인생을 설계했다. ⓒ 최오균
▲ 약혼예물 40년 전 만우절날, 약혼식 예물로 빨간 장미 한그루와 노란 장미 한그루를 심으며 우리는 장미빛 인생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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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0년이 지나간 오늘, 우리는 장미를 심는 대신 우리나라 최북단 휴전선 인근에서 감자를 심었다. 우리가 이곳 임진강변에서 감자를 심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아무리 인연 따라 사는 것이 인간사라고 하지만 참으로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늘 이 순간이 중요하다. 아내와 나는 삽과 쇠스랑으로 3월 한 달 내내 일궈낸 자투리땅에 감자를 비롯하여, 옥수수, 당근, 곰취, 참취, 강남콩, 땅콩 등 무려 일곱 가지나 파종을 했다. 그리고 적상추, 치마상추, 꽃상추 씨를 모판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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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감자 40년이 지난 만우절에 심을 씨감자. 노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 최오균
▲ 씨감자 40년이 지난 만우절에 심을 씨감자. 노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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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의 날씨에 비해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주간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비가 내리고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없는 것 같아서 파종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씨감자를 자르고 땅콩 껍질을 벗겼다. 씨감자의 눈이 마치 사람의 고사리 손처럼 부드럽게 나있다. 아내는 그 싹눈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감자를 반을 갈라냈다. 마치 보석을 다듬듯 정성스럽게 감자를 자르고 있는 아내가 사랑스러웠다.
고사리 손처럼 나 있는 씨감자 싹눈을 바라보노라니 40년 전 오늘, 장미꽃을 정성스럽게 심던 아내의 모습이 상기되었다. 그때도 약혼식 예물로 다이아몬드 보석 대신 장미꽃을 선물했는데, 40년이 지난 오늘도 나는 아내에게 다이아몬드 대신 씨감자를 선물하고 있다니… 어찌 보면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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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심기 씨감자를 심으며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최오균
▲ 감자심기 씨감자를 심으며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최오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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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씨감자는 우리에게 풍성한 먹을거리를 선물해주는 생산적인 다이아몬드가 아닌가. 40년 전 오늘 아내에게 향기 나는 장미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면, 오늘은 영양분이 풍부한 감자 다이아몬드를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향기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다이아몬드보다, 향기 나는 장미꽃과 먹을 수 있는 감자가 더 소중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2013.04.02 1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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