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오욕의 시대 종지부 찍겠다"

"검찰개혁위원회 구성…검찰시민위원회 통해 검찰의 권한남용 통제할 것"

등록 2013.04.04 18:25수정 2013.04.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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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신임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이 개혁을 통해 확 달라질 것인가.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은 4일 "명예와 긍지의 상징이었던 검찰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어렵게 쌓아온 명성도 급속히 무너졌다"며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을 높여 검찰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개혁이 결코 '검찰을 위한 개혁'이 되거나 '검찰에 의한 개혁'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검찰개혁 작업을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혀 기대된다.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39대 검찰총장으로서 공식 업무에 들어가며 이 같이 말했다.

"검찰은 지금, 성난 민심의 바다에서 격랑에 흔들리고 있다"

채 총장은 먼저 취임사에서 "검찰은 지금, 성난 민심의 바다에서 격랑에 흔들리고 있다"며 "저는 그 바다에 떠 있는 함선(艦船)의 선장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우리는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며 "명예와 긍지의 상징이었던 검찰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어렵게 쌓아온 명성도 급속히 무너졌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또 "작금의 위기는 몇몇 사건의 잘못된 처리나 일부 구성원의 일탈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그릇된 관행과 의식과 조직문화가 총체적으로 결합되고 누적돼 나타난 결과"라고 검찰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진단했다.


채 총장은 그러면서 "이제 검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대한 철저하고도 냉철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혁신을 하는 것만이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자성과 혁신부터 강조하는 것은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각오를 여러분과 함께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총장은 "우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차갑게 식었지만, 이대로 좌절할 수 없다"며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본연의 임무를 빈틈없이 해나가는 것. 믿음직한 법질서의 수호자, 추상같은 사정의 중추, 든든한 인권의 보루로서 내 이웃과 공동체의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신뢰회복의 길"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재편하되, 부패수사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며 "앞으로 특별수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과잉수사'나 '투망식 수사' 등의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수사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또 "권력형 부정부패,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와 자본시장 교란사범, 국가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범죄 등 검찰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와 자유민주체제를 굳건히 수호하고,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불법과 폭력을 추방하는 것 역시 검찰의 중요한 사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채 총장은 "국민의 삶과 맞닿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신속한 권리구제와 종국적인 분쟁해결에 노력하고, 성폭력을 비롯한 강력범죄를 엄중히 처벌해 범죄자들의 재범 유혹을 근절해야 한다"며 "다만 수사의 효율성과 성과가 중요하다 해도 인권보호에 소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물리적인 인권침해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수사상황 유출로 인한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는 여론에 의한 '인격살인'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하게 인식해, 이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 객관성 높여 검찰 권한남용 통제할 것"

채 총장은 "검찰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질과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저는 임기 중에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들께도 약속드렸다"며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본'을 핵심가치로 삼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충실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 총장은 "원칙과 기본'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준사법작용인 검찰업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임을 반드시 명심해 달라"며 "공정성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구심도 생기지 않도록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제가 방파제가 돼 모두 막아내겠다"고 신뢰를 보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철저히 해소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을 높여 검찰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것"이라며 "아울러 검찰시민위원회 안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해 보다 깊이 있는 심의와 실효성 있는 의견제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두 될 수 없어…외부 감찰인력 확충해 감찰강화"

이와 함께 청렴한 생활과 깨끗한 처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채 총장은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이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그러므로 검찰인의 처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편적인 윤리기준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백년 동안 일구어온 산림을 잿더미로 만드는 산불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며 "조직 전체를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검찰구성원의 작은 실수까지 살필 수 있도록 감찰기구를 확대하고, 외부 감찰인력도 확충해 감찰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권위적, 획일적이던 업무방식과 문화를 혁신해 건강한 소통에 익숙해진다면 '자율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검찰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 자신부터 검찰총장의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개혁 작업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전문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 구성"

채 총장은 "많은 국민이 검찰의 위기는 오만함과 군림하는 태도에서 왔다고 지적한다"며 "우리의 업무는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일을 '권한의 행사'가 아닌 '책무의 수행'이라는 인식하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 하나하나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픈 사정을 배려하고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개혁이 결코 '검찰을 위한 개혁'이 되거나 '검찰에 의한 개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 개혁작업을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개혁위원회서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에 객관성을 기하고, 수렴된 의견은 검찰의 제도와 업무수행에 철저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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