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변호사 트위터
이재정 트위터
따라서 검찰이 따가운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언론인)가 개인의 불법이나 비리에 관련된 사건이 아니고, 단지 언론보도 내용을 문제 삼는 고소ㆍ고발 사건이라면,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검찰시민위원회는 이른바 2010년 4월 MBC <PD수첩>이 보도한 '스폰서 검사' 파문 이후 실추된 검찰 위상과 신뢰 회복을 위해 그해 6월 김준규 검찰총장에 의해 도입됐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위촉된 시민위원들은 토론을 거쳐 기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고위공직자의 금품ㆍ향응 수수,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권력형 비리, 지역토착비리와 같은 부정부패 사건과 대형 금융ㆍ경제범죄 사건 그리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검사가 요청한 사건 등이다. 다만 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다.
주진우 기자 사건을 계기로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또 다른 의미의 국민의 공복이라 부를 수 있는 언론인 보도사건(보도내용을 문제 삼는 고소ㆍ고발 사건 한정)을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해 풀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2가지 방안을 제시해 본다.
언론보도 무조건 검찰시민위원회 심의…검사는 위원회 결정 따르도록 의무화
하나. 언론보도 사건은 무조건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검사는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면 검찰은 기소 책임에서 자유로워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아 부담을 덜 수 있고, 기자도 시민들의 판단인 만큼 기소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도 공정한 기소라는 시각에서 사건진행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난 4일 취임한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주목할 대목이다.
채 검찰총장은 "임기 중에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약속했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검찰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인데,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철저히 해소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을 높여 검찰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스스로 '공정성 우려 해소'와 '검찰의 권한남용 통제'라고 언급했다. 물론 언론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간접적으로 현재 검찰이 공정성에 의심받을 만한 기소권 남용이 있음을 일정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채 총장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기회에 언론인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언론의 자유가 침해ㆍ위축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 입장에서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앞서 제시한 것처럼 기소 여부를 검사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제안도 채동욱 총장이 약속한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인 동시에, 검찰 이미지 제고 및 검찰개혁의 일환으로서도 효과적이어서 적극 고려해 볼 수 있어 보인다.
불기소 의견 무시하고 검사가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 확정되면 인사상 불이익 방안둘. 언론보도 사건은 1차적으로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다음, 최종 판단은 검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시민위원회가 불기소 의견을 결정했음에도 검사가 기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럴 경우 상벌규정을 정해둬 검사의 책임기소 즉 '기소 검사제'를 실현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찰시민위원회의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기소했는데 무죄 확정 판결이 난 경우 검찰시민위원회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검사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벌칙으로는 인사상 감점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그러면 검사도 검찰시민위원회의 판단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소 검사에게 부담스런 부분도 있다. 상급자인 부장검사의 지휘를 받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사건을 맡은 검사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기소하려 했으나, 부장검사가 기소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에서 상급자의 의견(지시)을 무시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건 '항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소 검사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기소하는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경우를 대비해 검찰시민위원회의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소하는 사건에서는 기소 검사는 물론 사건에 관여한 상급자도 연대책임을 묻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더욱 신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럴 경우 부대효과도 기대된다. 비록 나중에 무죄가 되더라도, 기소 자체로 권력(정치권력, 경제권력, 국가기관 등)을 비판ㆍ감시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언론에 위협적인 선전포고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기소 검사제'와 연대책임을 물을 경우 기소가 더욱 신중해 짐으로써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극소수 정치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기소해 유죄 확정 판결이 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검사의 냉철하고 공정한 판단과 소신에 따른 기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인사에 가산점을 줘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제시해 보는 것은, 언론보도의 겨우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넘어 언론의 자유 침해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방안을 검찰이 검토하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안해 본다.
끝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약속했다. 검찰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인데,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철저히 해소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을 높여 검찰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재차 상기시켜본다. 채 검찰총장이 약속을 지킬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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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주진우 기자 사건, '검찰시민위원회'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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