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아래로부터 총상꽃차례로 피어나는 냉이꽃도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천에 피어나는 냉이꽃의 생명도 존엄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오균
밑에서부터 십자 모양으로 피어 올라가는 냉이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름답다. 꽃이 지고 나면 납작한 열매가 역삼각형 모양으로 달리는 것도 특이하다. 이처럼 하천하게 보이는 냉이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냉이 꽃은 밟혀도 피고 지는 생명력이 질긴 민초(民草) 같은 꽃이다. 흔해 빠진 냉이 꽃이지만 냉이는 봄마다 나물이 되어 민초들의 입맛을 돋워 주는 소중한 반찬이다. 일제 감점 기에 조선의 얼을 찾고자 냉이 꽃을 노래한 가람 이병기의 <냉이꽃>이란 시는 새삼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게 한다.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을 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는 시기에 가람의 시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가공할만한 핵무기의 파괴력에 과감히 맞서 생명의 존엄성을 노래하는 가람의 시는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내용이다.
지천에 피어있는 냉이 꽃의 목숨이나, 사람의 목숨이나 생명은 똑 같이 귀한 존재이다. 봄비 내리는 날, 아름답게 피어나는 저 냉이 꽃처럼, 남북한 관계도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라면 가람의 <냉이꽃>이란 시를 가슴으로 조용히 읊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