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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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는 저자인 루량즈 교수가 베이징대학교에서 강의한 중국미학 수업 내용을 15강에 걸쳐 담고 있다.
미학이란 자연, 인생이나 예술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사람의 감성적 경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서양철학이 주지적이고 사변적임에 비해 중국철학은 생명적이고 체험적이라고 한다.
앞에 다섯 강의는 도교, 선종, 유교 초사 및 기화철학에 관한 것으로 중국미학의 기본 내용을 '생명초월'에 한정시켜 논의하고 있다. 그 다음 다섯 강의는 지식의 바깥, 공간의 바깥, 사건의 바깥, 색상 세계의 바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생명 초월적 미학의 형태론에 대한 내용이다. 마지막 다섯 강의는 생명초월 미학의 범주에 관한 내용으로 경계, 화해, 묘오, 형신 및 양기를 범주로 하고 있다.
청원유신(靑原惟信) 선사가 말했다. "노승이 30년 전 참선을 하지 않을 때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는데, 후에 선지식을 친견하며 참선에 들어섰더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소. 그런데 이제 쉴 곳을 얻으니 이전처럼 산은 그저 산이요 물은 그저 물이라오." 남종선의 정수를 드러내는 말이다.이 세 경계 중 제1경계와 제3경계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것은 분별지와 반야지의 차이다. 제1경계에서 사물과 나는 분리된다. 나는 세계의 반대쪽에서 세계를 본다. 사물과 나 사이엔 이성이라는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제3경계 중 나는 세계 속으로 되돌아온다. 내가 곧 산이요 물이다. 제1경계 중에서 사물과 나는 충돌했으며, 산과 물은 나의 관찰 대상자이었다. 제3 경계는 이런 충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향수한다. 산과 물은 개념적 산과 물이 아니고, 이성적 관찰 대상이 아니며, 감정을 쏟아내는 곳도 아니다. 바로 산과 물 그 자체다. 원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경계로서, 바로 불이법문이다. - <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 77쪽제2강 불이법문, '능소를 뒤섞다- 주객관계의 초월-' 중 일부이다. 듣고 있으면서도 헤아릴 수 없었던 바로 그 말, 심오한 뜻이 함축돼 있다고 하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어둠 속, 지축을 뒤흔들며 내려치는 번갯불사이로 번쩍하고 보이던 어떤 금속물체의 광체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에 담긴 의미, 불이(不二)가 확연하다.
파장(波長), 굴절, 가시광선이 갖는 물리적 의미를 전혀 모르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프리즘이라는 유리 덩어리를 통해 햇빛이 그 파장에 따라 일곱 빛깔 무지갯빛으로 나뉜다는 것을 단박에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