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와 평등이란 헌법의 양대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일부 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을 철회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 감독(앞줄 오른쪽)이 생각에 잠겨있다.
박소희
보수 기독교계가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을 무릎 꿇린 데 이어,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낙천·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며 국회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안이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계가 차별금지법안을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법이라고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작 법안에는 보수 교계가 주장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차별금지법안을 내놓은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을 겨냥해, 사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주체사상을 교육·설파해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며 색깔론을 펼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 관련 단어 없어'한국교계 동성애·동성혼 국회입법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진 상임대표와 회원들은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개의 차별금지법안 중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보수 기독교계의 압력에 밀려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김재연 의원이 내놓은 법안만 남아있다.
비대위에는 교회 사유화 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상임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회 조찬기도회장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비대위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국회조찬기도회 총무인 홍문종(새누리당)·이윤석(민주통합당) 의원이 공동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비대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해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고 국민의 도덕 윤리 체계를 무너뜨리고, 전통 가족 체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상과 종교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협과 도전을 초래한다", "반사회적·반윤리적 집단인 이단 사이비 종교의 합법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어 "(김재연 의원이) 끝내 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 교회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반드시 법안 철회 또는 법안 상정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며 "대표 발의 및 공동 발의에 참여한 모든 의원들에 대한 낙선·낙천 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안에서는 이들이 주장하는 동성애·동성혼 합법화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보수 기독교계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안의 내용을 확대해석한 탓이다. 김재연 의원 법안에 따르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장애 등을 포함해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사상·종교 등의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법안에 동성애와 동성혼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이미 헌법적 권리로 보장받고 있다. 헌법 19조와 20조는 각각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재연 의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입장 발표를 통해 "의원실에 법안 발의 이후 수없이 많은 항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졌다"면서도 "좀 더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차별금지법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고,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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