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만나는 꽃섬 하화도, 공룡이 살았다는 사도

섬을 징검다리처럼 건너다닐 수 있는 여수 섬 여행길

등록 2013.04.23 09:57수정 2013.04.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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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백야 포구. 작은 어선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 전용호


아침 안개가 짙다. 여객선이 뜰 수 있을까?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타고 여수 백야도로 향한다. 백야포구는 안개에 싸였다. 매표소에서 표를 산 뒤 선창으로 걸어간다. 안개에 휩싸인 바다는 사물을 흐리게 한다. 포구에 정박된 작은 고깃배에선 노부부가 아침 작업을 마무리하는지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배는 출항시간이 지났는데도 출발하지 않는다. 바다에 깔린 안개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승객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시간을 다투지 않는 사람들이다. 37분이 지나서야 배는 시동을 건다. 여객선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면서 포구를 빠져나간다. 바다 위로 안개가 서서히 흐른다.


오늘(16일) 찾아간 곳은 하화도다. 최근 섬 걷기가 인기다. 금오도 비렁길에 이어서 화화도 꽃섬길이 인기를 얻고 있다. 꽃섬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 예전에 이곳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 섬에 꽃이 많아서 꽃섬이라고 불렀단다. 꽃섬은 윗꽃섬과 아래꽃섬으로 두 개다. 아래꽃섬은 한자로 표기해서 하화도(下花島)로 부른다.

여객선은 개도에 들렀다가 하화도로 향한다. 하화도는 작은 섬이라 기껏해야 30여명 정도 산다. 배가 선창에 닿자 주황색으로 지붕을 단장한 집들이 산비탈 아래에 옹기종기 붙어있다. 한 색깔로 지붕을 칠해 놓으니 단조로운 아름다움이 있다. 외국 사진 속 풍경과 비교하는 것은 그렇지만 나름 멋진 마을이다.

꿈길을 걷듯 걸어간 하화도 꽃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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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여수 하화도 꽃섬길.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상화도 ⓒ 전용호


작은 섬이지만 산이 병풍처럼 두른 마을 풍경이 편안함을 준다. 선창 끝 마을회관 뒤로 돌아가는 산책로가 있다. 작은 섬이라 산책로 걷는 시간이 얼마나 걸린 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화도 꽃섬길은 총 5.7㎞다. 섬을 한 바퀴 돌면 2시간 걸린다고도 하고, 3시간 걸린다고도 한다. 어쨌든 배가 올 때까지는 시간은 넉넉하다.

비탈길을 올라서니 숲길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뻥 뚫린 바다보다는 나무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나름 더 운치가 있다. 나무를 감고 올라간 송악이며 마삭줄은 깊은 숲속에 들어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길가로 하얀 개별꽃과 보라색 고깔제비꽃이 다투어 피었다. 거문딸기 하얀 꽃은 하늘을 보며 활짝 웃는다. 발걸음이 가볍다.


산책로는 박석이 깔리고 사이로 잔디가 자랐다. 밟는 기분이 좋다. 잔디의 부드러운 촉감과 박석의 안정감이 조화를 이룬다. 산책로를 오르내리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파도소리가 들린다. 섬 남쪽 해변은 바위절벽이다. 그 절벽을 때리는 파도는 하얀 소리를 낸다. 눈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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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바위와 나무가 어울린 하화도 꽃섬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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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와 어우린 하화도 꽃섬길 ⓒ 전용호


섬을 걷는 것은 매력적이다. 숲길을 벗어나니 유채가 길가로 방실거리며 노랗게 피었다. 풋풋한 향이 온몸을 감싼다. 노란 유채와 파란 바다가 어울린다. 그 사이로 걷어가는 기분은 꿈길을 걷는 기분이다. 몸이 가볍다. 봄 햇살은 노랗고 파랗게 아른거린다.

꽃섬길은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섬 서쪽 끝단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길 가로는 소나무들이 바닷바람에 시달렸는지 홀쭉하다. 섬에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나 나무나 다 힘든가 보다. 산책로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다. 큰산전망대에 서니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마음이 시원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맑아진다. 하늘, 바다, 수평선. 바다는 생각을 단순하게 만든다.

산책로는 숲길을 오르내리더니 깎아지른 절벽 옆을 지난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협곡이다. 영화 <빠삐용>이 생각난다. 뗏목을 타고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깎아지른 절벽과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풍경은 탈출본능을 느끼게 한다. 나도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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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협곡을 보여주는 하화도 꽃섬길 비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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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 꽃섬길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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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 끝단에서 본 절경. 하얀 파도와 검은 바위가 지루한 힘겨루기를 한다. ⓒ 전용호


섬은 끊어질 듯 이어지더니 다시 반대편 절벽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섬 끝에 선다. 와! 너무나 멋진 장관이다. 섬은 또 하나의 작은 섬을 남겨두고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섬과 섬 사이에는 바위가 네 조각으로 나뉘어 파도와 싸우고 있다. 두 섬은 떨어져 있지만 더 이상 멀리 떨어지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것 같다.

1억 년 전 공룡 흔적을 찾아가는 사도와 추도

더 이상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바다에 남겨두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앞 느티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뭍으로 바로 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객선을 타고 사도로 간다. 사도(沙島)는 말 그대로 모래섬이다. 사도군도는 일곱 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물이 빠지면 7개의 섬이 하나가 된단다. 여객선은 상화도를 들렀다가 사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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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해수욕장이 있는 모래섬 사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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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해변을 돌아가다 만난 카멜레온 바위. ⓒ 전용호


사도에 도착하니 공룡 두 마리가 무섭지 않은 표정으로 반겨준다. 사도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섬 곳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해안절벽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다는 섬과 섬 사이로 열렸다. 그사이로 파도가 밀려온다.

떡시루 같은 바위들이 파도에 깎여 절벽을 만들고 바닷물에 씻겨 공룡의 흔적들이 드러났다. 공룡발자국 화석을 찾으려고 바위 위를 두리번거린다. 동그란 발자국도 있고, 삼발이 모양의 발자국 흔적도 있다. 공룡 발자국이 내 발만 하다. 그럼 내 덩치만 할까? 내 덩치만 한 놈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면? 소름이 쫙.

중도를 지나고 양면해수욕장을 지나 시루섬인 증도로 들어간다. 거북바위, 얼굴바위, 장군암도 멋지다. 제주 용머리 해안 풍경 같은 물결무늬 바위절벽도 장관이다. 직벽으로 반듯하게 선 바위는 장엄하다. 바위의 묵직한 적막과 파도의 규칙적은 두드림은 묘하게 어울린다.

말 없이 서있는 바위는 마음을 다스리고, 큰 파도로 부서지는 바다는 경외심을 갖게 한다. 바위 아래 작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중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바위해변을 걷다가 신기한 바위를 만난다. 몸에 점이 박힌 게 영락없는 카멜레온이다. 눈이 마치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살아있다.

섬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뱃시간까지 여유가 있다. 사도군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추도(鰍島)로 건너간다. 추도는 80m에 이르는 공룡 발자국 보행 열이 있는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 올라서니 개가 짖어댄다. 일명 용궁 가는 길로 들어선다. 양쪽으로 바위벽이 마주보고 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은 느낌이다. 층층이 쌓인 바위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협곡으로 불어온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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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 같은 추도 해변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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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떡을 쌓아 놓은 것 같은 지질 형태를 보여주는 추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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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추도 돌담 ⓒ 전용호


마을에는 10여 채의 집들이 있다. 현재 할머니 한 분이 섬을 지키고 있다. 나머지는 빈집들이다. 마을 돌담이 멋지다. 반듯반듯한 돌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이 돌담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올라가면 예전에 학교가 있었던 분교 터가 있다. 이 작은 섬에도 학교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마지막 남은 할머니 한분마저 섬을 떠나면 추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된다. 할머니에게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섬을 나왔다.

◈ 하화도 꽃섬길과 사도 공룡길 탐방 일정
08:00 백야도에서 여객선(98화랑호)타고 하화도로 출발(45분)
08:45 하화도 도착, 꽃섬길 탐방(3시간 30분)
12:15 여객선(98화랑호) 타고 사도로 이동(20분)
12:35 사도, 증도, 중도, 추도 탐방(3시간 20분)
 * 추도는 마을 어선으로 따로 이동
15:55 사도에서 백야도 가는 여객선(백조호) 타고 돌아옴(1시간)

◈ 여객선 출발 시간
여수 출발(백야도 경유) 백조호 : 06:00, 14:20(여수여객선터미널 662-5454)
백야도 출발 대형카훼리3호 : 08:00, 11:30, 14:50(백야여객선터미널 686-6655)
 * 여객선은 기상여건 등으로 운항일정 변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 출발 전 선사에 확인 필수

◈ 여행 참고사항
하화도는 탐방객을 위한 별도의 매점이나 식당이 없음. 마을회관에서 휴식 및 물을 마실 수 있음
 * 섬에서 판매행위를 하는 것은 인심이 사나와질 수 있어 영업행위를 일체 안하기로 결정
사도는 식당 1곳과 민박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음
 * 초도 탐방과 평일 식당이용은 사전 예약(666-9199) 필수
여객선은 두 척이 5왕복 하므로 시간일정을 잘 짜면 하루에 여러 개 섬을 여행할 수 있음
 * 여객선은 백야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를 연결해서 운항함
 * 개도는 등산로가 좋은 봉화산이 있고, 상화도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음. 낭도에는 낭도막걸리를 먹을 수 있고, 등산할 수 있는 상산이 있음

◈ 하화도 꽃섬길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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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 꽃섬길 ⓒ 전용호


#하화도 #꽃섬길 #사도 #추도 #백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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