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마누엘의 집안.
추연만
실제로 암마누엘의 집을 방문해봤다. 진흙을 바른 방 두 칸과 재래식 부엌 그리고 푸세식 화장실을 가진 꼬로꼬로벳인데 거실로 사용하는 방에 TV와 암마누엘의 책상이 놓여있는 게 특이할 뿐 다른 방과 부엌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부엌은 초가지붕 샤르벳의 부엌과 다르지 않다. 조리기구도 그릇도 없는 부엌에는 음식을 해 먹은 흔적도 없어 보였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홉 식구가 먹을 음식을 조리하는지 신기할 정도.
말이 공무원이고 부르기 좋아 중산층이지 사는 형편은 일용직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암마누엘의 집. 다른 것이 있다면 암마누엘의 아버지가 에티오피아의 다른 아버지들과 달리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직 학령기가 되지 않은 막내만 빼고 일곱 자녀를 모두 학교에 보내고 있다. 과중한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첫째와 둘째 딸은 학비가 없는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한 가정에 여섯 명의 자녀가 모두 학교에 다니는 집은 드물단다. 뜨거운 교육열을 지닌 에티오피아의 '맹부'(孟父)가 아닐 수 없다.
부모가 과중한 교육비 부담에도 학비가 면제되는 공립학교를 보내지 않고 사립학교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암마누엘에게 물어봤다.
"공립학교에 다니다가 2학년 때 한별학교로 옮겼어요. 공립학교와 한별학교는 참 많이 달라요. 공립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치지 않거든요. 숙제도 없고요. 학년이 올라가도 교과서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끝나버려요. 선생님들도 한 달에 서너 번밖에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학교를 빠져도 공부를 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아요. 선생님도 부모님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니 배우는 것 없이 시간이 지나 졸업을 하는 거예요."전날 방문한 딜라교육청의 읍네트 교육감은 딜라의 교육환경을 묻는 기자에게 "딜라시는 에티오피아에서도 인정받는 교육도시로 거주하고 있는 학령기 아동의 100%가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성인들까지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답변을 해줬지만, 딜라에서 가장 좋다는 공립학교를 직접 방문해보고 그의 말이 그럴듯한 포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육감의 말과 달리 공립학교의 상황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지에 세워졌던 임시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오전·오후·저녁을 나눠 3부제 수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며 책상 하나에 서너 명이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상이 없어 서서 수업을 받는 풍경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공립학교 선생님들도 '포기'한 나라, 에티오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