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업 근로자 90% 이상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비정규직이다.
신원경
319세대가 살고 있는 광주 서구 ㄱ 아파트에는 2명의 경비원과 2명의 청소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경비 근로자 ㄴ씨(70)는 ㄱ 아파트에서 일한 지 올해로 14년째다. 그동안은 아파트 주민회의에서 직접 고용하는 식이었지만 금년 2월 1일부터 아파트가 경비관리용역업체와 계약하면서 ㄴ씨도 용역업체 직원이 됐다.
"나이 먹고 할 것이 없어 경비 일을 시작했다"는 ㄴ씨는 "60대 초반까지 계약기간 만료 시기와 함께 고용불안에 시달리곤 했다"고 털어놨다. ㄴ씨는 "잘리지 않기 위해 성실히 일하다 보니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A아파트에는 334세대의 가구가 살고 있다. 여기서는 경비직원 6명, 청소근로자 2명, 아파트외곽 청소근로자 1명이 근무한다. 김아무개씨(59)는 A아파트에서 근무한 지 3년 하고 2달이 됐다. 아파트 후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아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은행에서 30년간 일하고 퇴직했다. 모아둔 돈으로 서울 강남 삼성동에 식당을 차렸지만 '쫄딱' 망했다. '억' 소리 나게 돈이 깨졌다. 40평 식당에 월세 1000만 원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조기연금 70만 원을 매달 받고 있다. 만 61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지만 생활이 어렵다보니 조기연금을 신청해 2년째 받고 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네 번 일하는 데 월 153만 원을 받는다. 여기서 세금을 떼면 150만 원이 못 되는 돈을 받는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3984원이다. 최저임금 486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50여만 원이 되는 돈도 강북이나 변두리, 지역 아파트 경비보다는 많이 받는 축에 속한다.
적은 월급에 고용불안까지 시달리는 이유는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들은 아파트관리용역업체들과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재계약이 안 될 때는 용역업체 소속인 경비직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법적으로 고용승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1999년 11월에 제정된 '아파트관리업무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아파트주택관리업자 변경 시 신규 업체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1년 단위 계약 일반적... 재계약 안 되면 일자리 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