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육신은 부자연스러워졌지만 화폭에는 생의 찬탄으로 넘친다.
이안수
이목일 화백의 26번째 개인전 '공허의 노래를 그리다'의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화요일), 인사동 gallery M를 방문했습니다.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에 이미 'red dot'이 붙었고 이 화백은 비오는 오후의 회색 인사동 풍경과는 사뭇 다른 홍조 띤 얼굴로 바삐 움직이셨습니다.
작품을 구입하신 분들이 한 시간이라도 먼저 가져가 걸고 싶다는 요청에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화가에게 작품은 자식이고 그 자식을 곡진하게 사랑하는 이보다 더 고마운 분이 어디 있을까.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2011년 초 뇌경색으로 쓰러져 육신의 왼쪽 반신이 자유롭진 못한 상태에서 완성된 것들입니다.
환갑의 나이에 찾아온 병마도 이 화백의 창작욕을 꺾지 못했습니다.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왼팔과 왼다리를 대신해 지팡이 하나가 더 늘었지만 부자연스러운 몸에 비해 이 화백님의 사유는 더욱 자유스러워졌습니다.
▲뇌경색으로 얻게된 지팡이가 오히려 그의 정신을 더욱 자유롭게했다.
이안수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원색의 생명 찬가로 가득했습니다. 산에는 만화방창이고 강에는 펄떡이는 물고기가 그득했습니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쏟아질듯 촘촘하고, 꽃밭에는 나비가 꽃을 희롱합니다.
이목일화백 |
-1951년 함양군 수동면 生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학과 -일본 창형 미술학교 판화과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 수학
개인전 25회, 그룹전 8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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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백께서는 어떻게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되고 나서 오히려 생을 찬미할 수 있게 되었을까?
"마음이 불구인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 저는 몸이 불구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화백님이 저와 대면해서 눈을 찡긋하며 한 첫 마디입니다.
이 화백께서는 지난 세월도 권위와 격식과는 먼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아마 석화광중(石火光中)의 이승을 살면서 그것이 티끌만큼도 위로가 되지못한 다는 것을 이미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에게 이승의 '공허'도 노래로 찬미할 대상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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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니라 몸이 불구이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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