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는 29일 오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윤성효
"경상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 차례 경영개선을 요구하였음에도 자구노력은 전혀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할 수가 없었기에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문홍준표 경남도지사님, 결국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군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명의의 발표문이지만, 홍 지사님의 의지로 이루어진 거니까 지사님께 첨삭 지도해 드릴게요.
103년 역사를 가진 공공의료기관이 이렇게 허무하게 문을 닫는 이유가 고작 "강성귀족 노조원들의 초법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질되어 사용"되는 "혈세를 아끼고 세금의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요?
보건복지부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서 작성한 '2012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의 부실은 잘못된 정책 판단과 그로 인한 경영부실 탓이 크다고 되어 있어요(<시사인> 4월 24일 보도).
진주의료원의 수익성이 낮아진 까닭은 2002년 이후 총 534억 원을 들여 건물을 확충했지만, 주변의 많은 병원 때문에 환자수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강성귀족 노조'라고 했지만, 낮은 수익성 때문에 인건비 비율이 높을 뿐 인건비 자체가 높은 건 아니에요. 연봉 3000만 원 중반의 '귀족'이라니요.
강성귀족 노조 때문에 문 닫는다면서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또 뭔가요. 놀리는 거죠? 아니면 '나, 그리 나쁜 놈 아니다'라는 건가요? 지금 진주의료원 앞에선 유지현 보건노조위원장이 물마저 먹지 않는 '아사단식투쟁'을 하고 있어요. 그분부터 보살피세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원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면 굳이 공공의료기관일 필요가 있나요? 과잉진료하지 않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민간의료기관이 떠안지 않으려 하는 돈 안 되는 환자들도 우선 치료하는 공적 의료기관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공공의료기관이 있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이 함부로 비용을 올린다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추지 못하는 효과도 있겠지요.
홍 지사님은 진주의료원장이 아니라 경상남도 도지사예요. 한 병원의 수익성을 걱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민들이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지도를 하는 자리란 말이에요. 노조가 맘에 안 들어도 그들 역시 경남도민이고, 병원이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건강한 적자'일 수 있는 거예요.
홍 지사님, 진주의료원장 노릇 그만두고 도지사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공공의료의 소명 같은 건 찾아볼 수 없고, 노조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폐업발표문은 40점짜리예요. 기본이 안 되어 있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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