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자기소개? '한가한' 민주당

[현장과 분석] 긴장감 없었던 의원 워크숍... '6월 국회 논의 뒷전' 비판도

등록 2013.06.01 14:38수정 2013.06.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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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의원들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양평 쉐르빌 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양평 쉐르빌 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킬지 더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1년 전에 했어야할 자기소개와 소통의 시간을 지금에서야 하는 게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5월 31일부터 1박2일 동안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한 의원의 말이다. 이번 워크숍 핵심 일정은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소통을 통해 계파간 오해와 갈등을 해소해보자는 취지였다. 노래를 부른 의원이 있었고, 시를 읊은 이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6월 국회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를 두고 6월 입법 전쟁을 앞두고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4개월 전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는 '이대로 가면,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았다. 대선 패배의 상흔을 딛고 경제민주화 등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나가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한길·전병헌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반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워크숍을 취재한 한 기자는 "절박한 야당이 아니라 여유 있는 여당 워크숍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우왕좌왕' 자기소개에 6월 국회 논의 뒷전

워크숍에는 127명의 의원 중 107명이 참석했다. 20명은 외유로 불참했다. 참석한 일부 의원들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떴다. "이번 워크숍이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가 소통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서, 우리 정치의 희망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10월 재보궐선거 전 민주당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바로 6월 국회다. 지난 5월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나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을 압박해야할 민주당 의원들이 외유를 가는 등 느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당내에서도 이런 문제제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의원들의 외유에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가장 큰 자산은 127명의 의원이다, 뭉쳐서 싸워야 한다, 85명이었던 18대와 비교해 넉넉한 것 아닌가"라며 "6월 국회는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의 바로미터가 된다, 그래서 지도부에 '의원들이 외국에 다닐 때가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 시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5월 31일 오후에 30분간 국회 운영전략을 논의하고, 이후 5시간 20분 동안 자기 소개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한 의원은 "의원들과의 소통도 의미 있지만, 더욱 진지하게 6월 국회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원은 자기소개를 준비해오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양평 쉐르빌 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양평 쉐르빌 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의원들의 항의로 자기 소개 시간에 6월 국회 운영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도 허용했다. 이와 함께 공개 일정을 비공개로 바꿨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기자실을 찾아 사과를 했다. 자개소개 시간을 활용한 의원은 50명에 그쳤다. 지도부는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느긋한 일정을 짰다는 비판에도 자기소개 시간을 강행했지만,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꼴이 됐다.

민주당은 을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까?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대변인은 이날 워크숍에 회 120인 분을 공수해왔다. 홍어 등과 함께 군산 여름 특산물 갑오징어도 있었다. 김 대변인은 "'갑'오징어를 먹으면서, 을을 지키고 갑의 횡포를 막자는 생각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면서 동료 의원들과 기자들에게 갑오징어를 건넸다.

민주당은 을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을의 지위와 권리를 강화하는 34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공정한 룰 확보, 노동 가치 존중, 사법정의 실현 등을 입법화하기로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일 워크숍 마무리 발언을 통해 "6월 국회의 화두는 민생"이라며 "중산층, 서민, 노동자의 삶을 위해 6월 국회를 성과를 내는 민생 국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국회 운영 전략 부재로 인해,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경제민주화 법안 속도조절론을 뒤집을 마땅한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6월 국회 운영 전략을 논의한 비공개 회의 내용을 전하며 "새누리당의 속도조절론으로 인해, '민주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속도가 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무위원회를 매일 열어야 할 정도로 법안이 많지만, 새누리당의 적극적 협조가 없으면 법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지도부는) '새누리당을 설득해야 한다, 상임위별로 우선처리 법안을 선정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워크숍에서 '을의 눈물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대리점주 등 갑을 관계 피해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에 참석한 인사들은 민주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인태연 전국 을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공동회장은 "민주당이 을의 눈물을 닦겠다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안 한다"며 "중소상인들이 참여하는 을의 조직을 만들어 달라, 대선 때 을을 지키려는 조직들을 만들었지만, 을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소상인) 스스로가 정책 내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2~3년 전부터 요청했다"면서 "더 이상 중소상인이 죽지 않게 해 달라, 민주당이 안 나서면 죽는다, 여당보다 힘이 없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국민을 바탕으로 재집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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