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에서 나오는 율동을 따라하고 있는 학생들. 쑥스럽기도 하고 허리도 다리도 맘처럼 안움직여지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범학생들이다.
장선애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럽고 서러웠을 것이다.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당부하면서 가슴이 뻐근할 때도 있었지만, 먹고살기가 너무 바빠 잊고 있었을 테다. '배우고 싶다'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그 간절함 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오라고,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으라고 한다. 부름을 받은 이들은 잠이 오지 않았단다. 몇십 년 만에 이뤄지는 꿈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침 일찍 제일 좋은 옷을 골라 입고 학교에 가는 길, 그동안 늘 보던 풍경들이 달라 보인다. 이들은 오늘 만큼은 보성초등학교 학생이다. 그런데, 이들이 닿은 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
"오전 9시 40분까지 등교하시라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오전 8시께 서둘러 나왔더니 세상에, 오전 7시 30분에 도착해 기다리는 어르신이 두분이나 계시더라고요."지난 5월 27일 '문해교실 어르신 초등학교 가는 날' 첫날 행사가 열린 예산군 삽교읍 보성초등학교의 모습이다. 이 학교 인정인 교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어르신들의 열정에 "놀랍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이 행사에 부름을 받은 학생은 삽교 이리문해교실 수강생들이었다. 이들 할머니들의 나이대는 64세부터 84세까지.
간단한 다과와 함께 수업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일일 학생'들은 1학년 교실로 이동했다. 남학생만 6명이 앉아 공부하던 교실이 오늘 새로 온 '여학생' 14명 덕분에 꽉 찼다. 오늘만큼은 동네 할머니가 아니라, 같은 반 친구다.
첫째 시간은 국어, 둘째 시간은 가족(통합교과)이었다. 문해교실에서 매주 이틀, 두 시간씩 수업을 받으며 3년 동안이나 익힌 한글이건만, 할머니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흐른다. "칠판에 나와 문장을 완성해보라"는 교사의 주문에 자신있게 손을 드는 학생도 있고, 교사가 지목하고 나서야 어렵게 나오는 학생도 있다. 여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똑같이 펼쳐진다.
할머니들에게만 기회를 준다며 항의하는 남학생들의 투정에 교사가 진땀을 뺀다. 그렇게 한 시간이 끝나 쉬는 시간이 됐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다녀오시라"고 해도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리문해교실 교사 민혜진씨는 "문해교실 수업 때도 내리 두 시간을 꼼짝않고 집중하세요, 아마 쉬는 시간이 아까우실 걸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내가 학교에서 해주는 밥을 다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