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한국 공교육, 무엇을 왜 어떻게 혁신?"

5일 저녁 경상대 강연 ... "민주사회는 기회균등이 되어야"

등록 2013.06.06 08:49수정 2013.06.0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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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 체제를 깨야 한다. 아이들은 피터지게 울고 있는데, 교장들은 직업만족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저는 공교육에 문외한이었지만, 그것을 파악하고 혁신을 정책화하는 중에 뿌리 내리지 못해 유감이다. 한편으로 저는 봤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서울 교육계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희망을 말하려면 국민들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공교육 혁신'을 강조했다. 곽 전 교육감은 5일 저녁 경상대에서 "한국 공교육, 무엇을 왜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회는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전교조 진주지회, 민교협 경상대분회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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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5일 저녁 경상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그는 "운명이 꼬여 이 자리에 섰다"로 인사에 대신했다. 2010년 전국 교육감 선거 결과를 설명한 그는 "진보쪽이 보수쪽을 압도했다"며 "비로소 한국 공교육의 새로운 출구,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부탁으로 '학생인권조례' 관련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력부터 소개했다. 그는 "그때 넉 달 반만에 교사와 학생 등과 모여 33번의 회의를 가졌는데, 당시 한국 공교육의 '생얼'을 접했다"며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고, 교사들은 깨우면 욕을 들을까봐 모른 척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저의 귀를 의심했다. 모든 교사들이 입을 모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공교육의 역사는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킨 2010년 전후로 구분된다. 이전에는 간선 교육감 체제로 신음했다. 교장에 의한, 교장을 위한, 교장의 교육감이었다. 간선 교육감은 특히 사립학교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간선에서는 사립학교를 건드릴 교육감이 없었다. 간선제가 되면서 한국 공교육은 관료주의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정부에서 교육감을 임명할 때보다 간선제 때 관료주의가 더 성행했을지 모른다."

곽 전 교육감은 "직선 교육감은 민주적 선출직이 관료제의 꼭대기에 앉아서 관료들한테 신념과 철학을 불어 넣어 주었다"며 "보수 교육감은 별 다른 변화가 없었고, 보수 교육감이 눈여겨 볼만한 공교육 혁신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공교육은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군대 경험을 통해 왜곡된다고 하는데, 사실 여자들도 빠져 나갈 수 없는 틀이 공교육 12년 동안 주입되고 길러지는 것이다. 공교육을 바꾸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꿀 수 없다. 공교육을 제대로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이른바 선진국 반열에서 가장 뒤처지게 된다, 끔직한 미래가 기다린다."


"공교육 혁신, 진보 교육감 탄생으로 비로소 시작"

그는 "OECD와 개발도상국 등 모든 나라들이 공교육 혁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처했기 때문"이라며 "공교육을 혁신하지 않으면 그 지체 비용은 국가와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공교육 혁신은 서울과 경기 등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가 중도탈락했는데, 저 때문에 공교육 혁신의 표준교체 지체가 연장된다면 큰 일이라 생각했고, 그와 같은 현상을 눈으로 보고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우리는 국제교육학력비교평가의 언어, 수학, 과학 분야에서 세계 1, 2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대학 경쟁력이 없다. 핀란드는 대학경쟁력도 1위다. 만국의 백성들이 핀란드로 성지 순례를 간다. 우리가 국제학력평가에서 1, 2위를 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꼴찌, 자살률 1등, 민주적 협동심 꼴찌, 자기주도 학습력 꼴찌, 지적 흥미도 꼴찌이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에서 1위를 하더라도 흥미가 없으니까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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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5일 저녁 경상대에서 "한국의 공교육,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곽 전 교육감은 "이런 드라마틱한 대조가 또 있을 수 있나"라며 "그것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한 혜택이고, 사교육의 고통으로 그것은 '간판 사기'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을 통해서 얻은 성과인데,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며 "이런 속에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떨어져 죽고,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왕따를 겪고 있는데 이것이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엎드려 자면서 파업하고 있다. 그러나 교장은 만족도 1~2위가 나오지만, 평교사는 만족도가 낮다. 교사들은 그냥 직업인으로 좋고, 전문가로서 자기 존중감이 없다. 학부모도 불안하고, 아이들을 노후와 맞바꾸고 있다. 정부도 만족하지 못한다. 오체불만족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한테 고통을 안기는 공교육이다."

곽 전 교육감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꾸지 말자고 하는 세력이 있고, 지금과 같이 학력비교를 강화하자는 세력이 있으며, 제 살 깎아 먹기로 미래와 자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을 한다"며 "교육개혁하는 사람들이 혁신하려고 몸부림을 쳐야 하는데, 아쉽게도 제가 마주친 장학관과 교장들은 그런 고통을 갖고 있지 않고, 마치 곧 침몰한 타이타닉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과 같으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 공교육은 기회균등이 되어야"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곽 전 교육감은 "민주사회의 공교육을 해야 한다"며 "양극화사회, 권위주의사회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공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기회균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 잘 만나거나 잘못 만나 기회조차 차별이 있는 게 아니라 계급계층격차를 공교육이 보완해 주고 극복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균등을 하지 않으면 공교육은 가치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은 있을 이유가 없다"며 "가정의 격차를 심화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것을 부숴야 한다. 격차 사회를 극복한다는 게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 전 교육감은 "공교육의 1차 목표는 학력 향상이 아니라 민주교육"이라며 "우리 교육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터부시한다. 학교에는 민주주의 빼고 다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료주의, 엘리트주의, 권위주의 삼형제는 같다. 그렇기에 학교간 교육격차에 무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 '중식지원비율'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 1400개 학교를 여러 교육여건으로 나눈 뒤, 중식지원비율이 높을수록 교육이나 돌봄 필요가 훨씬 높은 것이고, 가중치에 따라 학교 지원예산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변두리 학교에 많은 돈을 지원할 수 있다. 인사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식지원비율이 높을수록 말썽장이 아이들이 많을 수 있는데, 능력 있는 장학관과 교사들은 중식지원비율이 낮은 학교에 가려고 한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분들일수록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학교에 가야 한다. 능력 있고, 열정이 좋은 사람들이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학교에 가서 열정을 쏟아 희망만들기, 격차 줄이기, 빛나는 미래 만들기를 하자고 독려했던 것이다."

수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교사가 학생한테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식 교육을 하면 안된다"며 "토론, 협동식 교육을 해야 한다. 흔히 수업공개가 장기기증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교장이 바뀌면 교사가 바뀔 수 밖에 없다. '쇼'에 만족하고 살 게 아니라 격변의 시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수업혁신에 앞장 서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식 전달은 끝났다. 토론 시키고 아이들 끼리 깊이 들어가게 만들고 해서 공부할 수 있는 욕구를 길러 주면 된다. 우리는 진도 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협력하고 토론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인성교육이 안된다. 인성교육 교과목을 만든다고 해서 인성교육이 되는 게 아니다. 엄격성, 경직성에서 창조적 변형을 해야 한다. 교장부터 달라져야 한다."

"훈육 주고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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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 윤성효

생활지도 방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훈육 주고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며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폭력적 대화 방식만 배웠지, 상대방 감정까지 존중해 주면서 이야기를 하는 노력이 되지 않았다. 교장과 교사부터 비폭력 대화기법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비폭력 가정, 비폭력 직장, 비폭력 사회를 만들 수 있는데, 그 기초를 공교육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교사들은 서로 5·6학년 담임을 맡지 않으려고 한다. 교대 나와서 방금 선생님이 된 사람을 투입한다. 교사회의에서 결정했다고 교장이 막지 않는데, 여기에 양식이 있느냐. 편의만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흔들어서 깨워야 한다. 스스로 깨워야 한다. 바깥에서 하면 기분 나쁠 것이다. 교장이 달라지면 교사가 달라지고, 아이들이 달라지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학교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그는 "교사만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는 힘들고,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중학교 혁신교육감이 되겠다고 했는데, 중학생을 바로 잡지 않으면 공교육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관료주의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료주의가 너무 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관료제는 조직논리에 충실하고 기득권의 구조다. 관료제는 자기 비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료주의와 싸우는 것은 현장주의"라며 "현장의 교사나 학부모 등 여러 사람의 입을 방어하기는 힘들듯이, 현장에서 관료제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학교에 갔더니 10m 간격으로 장학사들이 무전기를 들고 서 있었고 나올 때도 20여명이 나와서 '조폭식 인사'를 했다"며 "그 뒤부터 교장 한두 명이 현관까지만 나와서 맞이하고 환송을 하도록 하면서 의전 간소화를 했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관료제의 주범이 교과부로, 예산을 갖고 휘두르는데 그 돈을 학교공동체가 힘을 합쳐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쓰도록 한다면 민주적 의사결정이 생기는 것"이라며 "지금은 장관-교육감-교육장-교장 벨트가 완전히 위에서 내리꽂듯이 상명하복으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정책사업을 20% 정도만 남기고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교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센터 역할을 해야 하고,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평교사와 학생들도 참여하는 것이 학교 민주주의이며, 그것이 사회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교육개혁에서 교사가 제일 중요하다. 교육노조가 주체로 나서지 않으면 교육개혁을 할 도리가 없다. 교육은 90% 정도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데, 창의와 인성을 일깨울 수 있는 몰입과 협동이 교실 안에 있느냐가 중요하고, 여기에 교육의 질이 달려 있는 것이다."

쏟아진 질문 ... "아이들은 '훈계'가 아니라 '인정'을 원한다"

질문이 쏟아졌다. 재수했던 아들이 군대 입대했는데 그런 아들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곽 전 교육감은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훈계'가 아니라 '인정'이다"며 "어떤 일을 하든 지지하고 믿겠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면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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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 윤성효


또 다른 질문에, 곽 전 교육감은 "아이들은 사육의 대상이 아니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친구나 선생님한테 질문을 해서 지청구를 들을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학교가 학생한테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학급회의가 중요하다. 학급회의를 통해서 자기 삶의 중요한 측면에 대해 드러내 놓고 토론하면 아이들 끼리 규칙을 만든다"며 "아이들은 그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기에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지키게 된다. 우리 교육은 학급자치를 형식화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민주시민교육은 '학교교육목표에만 나오는 문건이고 교문 앞 펼침막에만 존재한다'는 말이 있는데, 수업혁신과 학급자치가 정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교조와 관련해, 그는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전교조' 교육감이 탄생했고, 전교조 출신 국회의원(정진후)도 생겨나면서 전교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며 "내년 선거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편견만 갖고 있지 않다면 그런 사람을 내세우면 된다"고 말했다.

'공문 처리 문제' 등의 질문에 대해, 그는 "누구나 자기가 희망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희망을 갖고 싶으면 스스로 희망이 되어야 한다"며 "주변 교사들과 수업연구회를 만들어 공부하거나 취미․학습 모임을 만들어서 하나씩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교사만큼 멋있는 직업이 없다고 보는데, 황홀한 정신으로 불편한 현실을 깨고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공교육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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