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모둠 산꽃도감>│글·사진 김병기│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5.27│3만3000원
임윤수
여느 도감들처럼 전형적인 편집, 틀에 박힌 듯이 빼곡한 사진과 정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보고, 흥미롭게 읽으며, 익히고 배울 게 참 많은 내용입니다.
나리는 나리끼리, 붓꽃은 붓꽃끼리, 제비꽃은 제비꽃 끼리,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 종들을 한 모듬으로 엮어 한 눈에 구분하며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습니다.
곰취와 동의나물을 구별하는 방법 공취는 한여름인 7~8월에 꽃대가 올라오므로 봄에는 잎줄기가 긴 잎들만 자라나는 반면, 동의나물은 봄에 바로 꽃이 피므로 잎과 줄기가 동시에 자라난다. 동의나물은 줄기 위쪽에서 가지를 치지만, 곰취는 곧고 길게 자라며 전혀 가지를 치지 않는다. 동의나물은 물이나 샘이 나는 습지에서 주로 자라지만, 곰취는 북향의 비탈진 낙엽수림 밑이나 높은 산의 초원지대에 자란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 167쪽-산비장이도 다른 국화과 식물처럼 성전환을 하며, 먼저 수술이 뭉쳐 발달하며 위쪽에서 꽃가루받이 매개체들에 의해 무게가 전달되면 아래쪽에서 암술이 하얀 꽃가루를 밀면서 올라온다. 꽃가루가 다 배출되어 수술시기가 끝나면 수술은 4개로 갈라져 젖혀지고, 암술이 길게 나와 2갈래로 갈라지며 암술시기가 도래한다. 꽃가루맏이가 끝나면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표시로 암술 끝은 완전하게 뒤로 말리며 '∞'형태를 이룬다. 열매는 수과로 타원형이고 씨앗이 익으면 갈색 갓털이 부풀면서 바람에 흩어진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 369쪽-
산과 들을 누빈 20년 세월, 야생화에 대한 열정으로 엮어낸 결과물이기에 꽃들의 속살이, 성전환을 해가며 종족을 번식시켜 나가는 생태계의 비밀까지를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상식으로 알아두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이 덤으로 얹어주는 'TIP'으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산꽃 속살이까지 들여다 본 열정야생화를 좇아 누빈 20년 세월도 대단하지만 산꽃에 대한 저자의 열정은 차라리 뜨겁습니다. 산꽃은 계절 따라 폈다 계절 따라 집니다. 어느 곳에 필 것인지를 알려주지도 않고 언제까지 펴 있을 거라는 걸 기다려 주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지척에 있지도 않습니다. 눈에서 멀면 마음만 멀어지는 게 아니라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자는 꽃들의 생태를 좀 더 세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주변 임야에다 야생화를 기르며 관찰합니다. 씨를 받고, 받아온 씨를 번식시키며 꽃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과정은 시행착오와 성공이 교차하는 만감의 시간이었을 거라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