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주상절리, 울산에도 있다

친구따라 가서 주상절리도 보고 복분자도 따고

등록 2013.06.11 10:58수정 2013.06.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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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따는 친구 그날의 행사는 복분자 따기 였습니다. 이 친구가 모임을 주최 했습니다. ⓒ 변창기


"이번 주 걷기 행사는 딸기 따기와 겸합니다. 가실 분은 일요일(9일) 오전 9시까지 주전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남목 3동 주민센터 앞으로 오세요."


친구는 일주일 한 번씩 별일 없으면 걷기 행사를 합니다. 그 주요 번개모임 공지 처는 바로 페이스북. 친구가 이틀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렸습니다. 앞서 친구에게 들으니 아는 지인 한 분의 집에서 딸기 농사를 하는데 그날 가면 딸기를 따서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속으로 '이게 웬 떡이냐' 쾌재를 부르며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9일 오전 8시 일어나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제 상상으로 딸기밭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방송에 보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 농사를 했고 쪼그리고 앉아 딸기를 땄습니다. 그래서 옷도 운동복으로 간편하게 입었습니다. 앉아서 딸기 따기 좋게 말이지요. 그리고 딸기를 많이 따서 잼이라도 만들어 볼까 싶어서 큰 플라스틱 그릇도 가져갔습니다.

남목 3동 주민센터는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습니다. 느긋하게 나가니 함께 갈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친구와 잘 아는 분들인가 봅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승합차, 트럭 4대를 나누어 타고 출발했습니다. 남목에서 고개 넘어 주전을 지나고 정자와 신명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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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멋진 풍경 주상절리 걷는 길에서 보니 풍경 또한 멋집니다. ⓒ 변창기


"우리 여기서 잠시 주상절리와 벽화 구경이나 좀 하고 갑시다."

친구가 주최했으니 딸기 따는 게 급하긴 급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주상절리가 있다하고 잠시 걷고 가자하니 모두 내려 그 지역을 구경했습니다. 저는 주상절리가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3년 전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니면서 주상절리를 구경했었습니다. 6각 모양의 검은 돌기둥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게 신기해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게 울산 근교 바닷가에도 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어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길을 안내했습니다.


울산 근교의 주상절리는 주전을 지나고 정자를 지나고 강동지역에 있었습니다. 읍천항 마을이 있는 바닷가에 있었습니다. 주상절리는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 42호로 등록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는 국내에 단 한 곳 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귀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읍천항 마을에 있는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 3기 때인 약 2000만 년 전 현무암 용암이 굳어지면서 생성된 절리라 합니다. 동해안 주상절리 가운데 가장 오래되어서 학술적 가치도 높다고 합니다. 그 마을의 다른 이름이 화암(花岩)마을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절리의 주상체 횡단면이 꽃모양을 하고 있어 붙힌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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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도 없는 부채꼴 주상절리 주상절리 풍경이 멋진 제주도에도 없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울산 근교에? ⓒ 변창기


그날 우리가 그곳을 걸을 때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가슴까지 뻥 뚫린 듯이 시원 했습니다. 비릿한 바다내음과 풍경이 어우러져 기분까지 좋아 졌습니다. 주상절리 가는 길엔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발 디딜 때 마다 흔들흔들 거렸습니다. 모두 발을 구르며 즐거워하기도 했고 어떤 분은 무섭다며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짓 굳은 사람들은 더 발을 구르며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저도 간만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촌 마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고기와 미역을 손질하여 말려 놓았고 보리도 타작하여 말려 두었습니다. 마을 벽엔 미술을 하는 분들이 벽화를 그려서 또 다른 볼거리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주상절리와 마을 벽화를 구경하고 이번엔 정말로 딸기를 따러 갔습니다. 바닷가에서 다시 육지로 차를 몰아 농촌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그 마을은 논도 많고 밭도 많은 완전 시골 같았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자 주인이 박스 하나씩 주며 딸기를 따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딸기는 시장가면 흔히 보는 자두알 만한 딸기가 아니라 앵두만한 산딸기였습니다. 어찌 구분하는지는 모르지만 딸기 따러 간 사람들은 모두 그 산딸기를 보고 '복분자'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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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가서 알게 된 주상절기 울산 주상절리 가는 곳에 구름다리가 하나 있더군요. 건너 오던중 한분이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 변창기


"야,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잖아. 복분자 먹고 요강에 오줌 누면 요강이 깨진다잖아. 오늘 밤 복분자 먹고 모두 불타는 밤이 되겠는 걸."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가정을 가진 중년들이라 그런지 그런 야한 농담도 재밌어했습니다. 모두 일반 딸기를 따는 줄 알았는데, 산딸기를 따라고 하니 처음엔 좀 황당했습니다. 대부분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야, 진작에 산딸기 따러 간다고 이야기 하지."

모두 그냥 딸기보다 더 좋은 걸 아는지 박스 하나씩 들고서 산딸기를 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도 작은 박스를 하나 받아 들고 산딸기를 땄습니다. 빨갛게 되어 있어도 덜 익은 열매는 따지지 않았고, 잘 익은 열매는 두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들어 올리면 바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산딸기 밭은 폭 5미터 정도에 길이 30여 미터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사이사이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옮겨 다니며 맛나게 보이는 산딸기를 따 모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보니 많이 못 따 보여서 제 것을 덜어 주기도 했습니다.

각자 한 상자씩 따서 모였습니다. 거기서 확인해 보니 모두 2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우리가 산딸기를 따고나니 더 이상 딸 산딸기가 없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야 또 익은 산딸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산딸기 따는 데 정신이 팔려서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보니 손이 따갑고 쓰라렸습니다. 얼굴이고 손이고 긁히고 찔려 핏자국이 나 있기도 했었습니다. 익은 산딸기 따느라고 정신이 없다보니 찔리는지 긁히는지 그땐 몰랐나 봅니다. 그래도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저도 손과 얼굴이 긁히고 찔렸지만 기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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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꼴 주상절리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기가 울산 가까이에 있다니... ⓒ 변창기


"자 이제 마무리 행사하러 갑시다."

우리는 산딸기 밭에서 1시간 남짓 딸기 따기 체험행사를 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은 물이 흐르는 다리 밑. 그곳에서 모인 분들은 물놀이도 하고 삼겹살을 화롯불에 구워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는 가족이 모두 참석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저는 혼자 갔습니다. 자식들이 머리가 크니 아버지 따라 다니는 게 별로인가 봅니다. 가족이 같이 산딸기 따기 행사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친구 한 사람에 의해 조직된 모임. 저는 그런 좋은 행사는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습니다. 건전하고 멋진 모임이니까요. 제가 가져간 그릇의 5분의 1밖에 딸기를 못 가져 왔지만, 그래도 흐뭇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모이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산딸기 가져오니 가족도 잘 먹네요. 아내도 어릴 때 생각난다면서 맛나게 먹네요. 
#울산 #주상절리 #복분자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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