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와 한국일보 기자 등은 한진빌딩 1층 앞에 모여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외쳤다.
김윤정
오전 11시, 130여 명으로 늘어난 <한국일보> 기자들은 거리로 나섰다. 먼저 한진빌딩 앞에서 10여 명의 언론노동조합 및 시민단체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은 "기자가 편집국에서 무력으로 쫓겨난 것은 1975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실천선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주의 사익을 위해 언론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편집국에서 언론사의 피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을 내쫓았다"고 질타했다. 강 위원장은 "언론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이번 일을 정의롭게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장재구 회장 일당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편집국을 점령하고 신문을 조작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폭거"라며, "언론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일보>노조와 전국언론노조, 민언련 등은 장재구 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고 신문제작이 정상화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앞서 신문사의 토요휴무일인 지난 15일 오후 6시, 장 회장 등 경영진과 일부 편집국 간부들은 외부 용역 40여명을 동원해 당직기자들을 밖으로 내쫓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이튿날인 16일, 월요일자 신문제작을 위해 출근하려던 기자들은 편집국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기사를 온라인으로 작성하고 송고하는 '기사집배신시스템' 접근 권한도 박탈당했다.
사측은 '회사에서 임명한 간부들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을 해야 편집국 출입과 기사집배신시스템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사측은 평소 32면에서 24면으로 축소 발행한 17일자 신문에서 "편집국 폐쇄는 정당하며, 그동안 일부 전직 간부와 노조원들이 점거해 오던 편집국을 되찾고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신문 제작을 바로잡았다"는 내용의 사고를 1면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