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40병 팔면 장애인 한 명의 일자리 생깁니다"

더치커피로 장애인 일자리 늘리는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

등록 2013.06.19 18:13수정 2013.06.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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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과점으로 취업실습을 나간 제자의 일터를 찾았던 지도교사는 제빵기술을 배운 대로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가 그렇지 못한 것을 보고는 화가 났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제자는 빵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방 한쪽 구석에서 종이상자 접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업체 측은 장애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허드렛일만 시켰던 것이다. 직업을 갖고자 하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알게 해주는 사례 중의 하나다. - 기자 말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은 특수장애학생에게 직업교육체험을 가르치는 교육사업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직업교육을 배운 장애학생들은 대부분 단순 조립, 포장 등을 하는 공장으로 취업한다. 더구나 지적장애인은 대부분 취업이 안 된다. 이는 손민호(46) 대표의 고민이었다.

"취업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다는 이유로 퇴사를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전공을 살린 사회복지를 해보자고 했다. 우리가 가르쳐서 일자리를 만들자고 설득하여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다.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다섯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 손민호 대표는 일은 힘들지만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 손민호 대표는 일은 힘들지만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오창균

현재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 사업단은 예비사회적기업 2년이 만료되어 지원금이 없는 3년 차가 되었다. 기업 형태로는 현재의 매출을 가지고 근로기준법을 지켜 가면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협동조합(나누어드림)으로 조직구조를 바꿨다.

"방송에 회사가 소개되면 장애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다 받아주는 구조를 만들자고 부모님 (취업한 장애인의 부모가 이사회를 맡는다)를 설득했다. 그리고 매출의 범위 내에서 월급을 나눠 갖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 기업구조로는 유지할 수가 없으니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다 같이 책임을 나누자고 했다."

 도자기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공방에서는  천천히 쉬면서  일을 한다.
도자기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공방에서는 천천히 쉬면서 일을 한다.오창균

협동조합의 형태는 직원, 소비자, 후원자, 자원봉사의 조합원 형태로 조직을 구성하고 조합원 200명이 넘으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회적기업 지원이 끊겼지만, 고용 인원은 15명에서 13명의 장애인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 인천의 최우수 사회적기업에 선정될 만큼 사회공헌도를 인정받은 남동사업단의 주력 사업 품목은 더치커피(Dutch Coffee)다. 더치커피는 찬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머금고 있다가 우려낸 후 떨어지는 데 한 병(1.5L)이 채워지는 시간이 20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 시작한 도자기 공예는 돈이 안 되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뭘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카페에서 더치커피를 보고 이것은 아이들(장애인)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커피를 만드는 기계가 유리로 된 것들이라서 깨지는 경우가 많아 기구를 직접 만들고 유리병은 도자기로 만들었다. 문제가 없게 만드는 데 3개월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까지 왔다."


조금 더 의미를 두자고 해서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원두콩을 사용하고 있는 고급커피이지만, 장애인들이 만들었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느낌도 있어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병에 20시간이 걸린다면 노동력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았지만, 생산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이 없어도 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더치커피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남동사업단이 처음이지만,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더치커피를 생산하는 기구는 장애인에 맞게 제작을 했다.
더치커피를 생산하는 기구는 장애인에 맞게 제작을 했다.오창균

매출의 큰 부분은 150여 명의 후원회원(CMS)의 회비와 드물게 들어오는 단체 주문이 차지하고 있다. 1계좌당 2만 원의 월회비를 내면 커피1병(1.5L)을 보내준다. 회원 40여명 늘어나면 장애인 1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

재료비 50% 빼고 나머지는 인건비로 지출하는데 근무시간이 짧아서 평균 월 40만 원의 급여를 주지만,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되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커피 생산에는 인력이 크게 필요치 않고 도자기 공예도 분업화된 수작업으로 쉬면서 천천히 조금씩 할 수 있다.

금융관련된 사업을 하던 손 대표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당시에 실업자가 되었다. 쉬는동안에 후배의 부탁으로 실종된 어린이를 찾아주는 사회공헌 쪽 일을 돕다가 사회복지체계가 주먹구구식이고 문제점이 많아서 제대로 일을 해보려고 평생교육원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에 뛰어들었다. 아마, 젊었을 때 했다면(싸울 일이 많아서) 투사가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월급도 없이 개인돈을 많이 썼다고 들었다.
"2010년부터 일을 했는데 내 월급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개인 돈을 써야만 했는데
올해만 1500만 원을 내놨다. 직원의 급여는 어떻게든 맞춰지는 데 4대보험, 퇴직금적립, 운영비가 월 300만 원 적자다. 또, 커피 재료비도 1천만 원 정도 결재하지 못하고 있다. 집 안의 생계는 10년을 쉬던 아내가 다시 직장을 다니면서 꾸리고 있다. 그동안 벌어둔 돈도 다 썼지만, 일이 재밌어서 괜찮다."

- 장애인 관련 일을 하면서 어려움은 무엇인가?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면 중증장애인 제품을 등록 판매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제품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검증하면 되는거지 복지시설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책이 바뀌기를 바란다."

- 협동조합으로 가면 할 일이 많을텐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고민은 뭔가?
"중증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항상 생각한다. 부모들의 참여가 낮은 것이 고민이다. 월 1회 협동조합교육과 회의, 판매, 홍보에도 참여해 주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매촉진, 자원봉사, 후원자를 늘리는 등 할 일이 많은데..."

 흙을 빚어 밑그림을 그린후 가마에서 구워낸 목걸이들
흙을 빚어 밑그림을 그린후 가마에서 구워낸 목걸이들오창균

 남동사업단의 생산품목은 더치커피를 비롯하여 생활도자기 공예품을 만든다.
남동사업단의 생산품목은 더치커피를 비롯하여 생활도자기 공예품을 만든다.오창균

남동사업단은 장애인 직원의 복지를 위해서 근무시간 속에서 노래교실과 정신과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 혼자 생활을 못하는 장애인들을 돌봐 줄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덧붙이는 글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 http://www.sedoori.co.kr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더치커피 #사회복지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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