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한국일보>, 사설 표절 논란까지

19일자 사설, <연합뉴스> 시론과 거의 일치... 민주당, 부당노동행위 등 수사 촉구

등록 2013.06.19 18:50수정 2013.06.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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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용역이 점령한 한국일보 편집국 한국일보(회장 장재구) 사측이 지난 15일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편집국을 봉쇄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15층 한국일보 편집국 비상구 입구에서 건장한 체구의 용역들이 책상 등 사무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노조원들을 막고 있다.
덩치 큰 용역이 점령한 한국일보 편집국한국일보(회장 장재구) 사측이 지난 15일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편집국을 봉쇄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15층 한국일보 편집국 비상구 입구에서 건장한 체구의 용역들이 책상 등 사무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노조원들을 막고 있다.권우성

회사가 편집국을 봉쇄한 이후 자매지와 <연합뉴스> 기사로 지면이 채워지면서 '연합뉴스일보'라는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일보>가 이번에는 사설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19일 "장재구 회장 쪽 인사 10여 명이 제작하는 '짝퉁 한국일보'가 신문의 공식입장인 사설까지 표절했다"며 "'정상적인 지면제작'을 강조해온 회사가 결국 언론사의 정체성을 스스로 유린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19일자 신문 23면에 '성범죄 법령 강화 이후 과제 크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총 21개 문장, 241개 단어로 구성된 이 사설은 성범죄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정부 방침을 환영하며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설, 몇몇 단어·서술어 제외하고는 <연합> 시론과 일치

 19일자 <한국일보> 사설. 18일 <연합뉴스> 시론과 내용이 유사하다.
19일자 <한국일보> 사설. 18일 <연합뉴스> 시론과 내용이 유사하다. 한국일보

 18일자 <연합뉴스> 시론 중 <한국일보> 사설과 내용이 유사한 부분
18일자 <연합뉴스> 시론 중 <한국일보> 사설과 내용이 유사한 부분연합뉴스

그런데 이 사설은 전날 <연합뉴스>의 시론 '성범죄 근절, 법률 강화만으로 부족하다'와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몇 문장을 제외하고는 연합시론의 문장과 거의 일치한다. 비대위가 사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유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사설의 세 번째 문장부터다.

"성범죄는 친고죄여서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따르고 고소 취하 가능성으로 인해 수사도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시대 변화에 뒤진다는 비판이 높았던 성범죄 관련 법률이 늦게나마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 환영한다."


다음은 <연합뉴스> 시론 11, 12번째 문장이다.

"성범죄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따르고 고소 취하 가능성으로 인해 수사도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시대 변화에 뒤진다는 비판이 높았던 성범죄 관련 법률이 늦게나마 현실에 맞게 개정된 건 환영할 일이다."


'때문에' '~로 인해' '~된 건 ~할 일이다'라는 표현을 제외하고는 문장이 같다.

사설의 다음 문장부터 끝까지는 <연합> 시론과 거의 일치한다. 시론의 일부 문단·문장이 사설에 없고, 두 글의 몇몇 단어와 서술어 표현이 다를 뿐이다. 심지어 사설 속 사례도 같다.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결론 부분 역시 판박이다. <한국> 사설과 <연합> 시론 둘 다 "강화된 법률적 토대를 바탕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내 기자들 "'신문의 얼굴'까지 표절하는 게 회사의 현실"

사내 기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비대위 소속 한 기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늘자 신문 사설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며 "논설위원이 자부심 가지고 쓰는 게 사설인데, 이를 어떻게 베껴서 낼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신문사의 공식입장을 담고 있어 '신문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사설까지 표절하는 게 '짝퉁 <한국일보>' 편집국의 현실"이라며 "신문을 만들 능력이 없는 장재구 사장 등이 <한국일보>의 명성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사설은 이진희 <한국일보> 부사장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기존 <한국일보> 논설위원 전원은 회사의 편집국 강제 폐쇄를 비난하며 17일자부터 사설 게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회사는 19일 강병태 논설위원실 주필과 정병진·허영섭·안순권 논설위원을 새로 임명했다.

<오마이뉴스>는 19일 오후 5시 30분께 이진희 부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사주의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 등으로 비대위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용역경비업체 직원을 동원해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 편집국을 봉쇄했다. 회사는 경영진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확약서'를 쓴 기자 외에는 편집국에 아무도 들이지 않고 있는데 이어, 전산시스템인 '<한국일보> 기사집배신'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접속아이디도 삭제했다.

신문은 지난 17일부터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과 부·차장급, 정치부 기자 등 15~20명이 참여해 제작 중이다. 부족한 기사들은 자매지와 <연합뉴스>에서 공급받아 메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사에 기자 이름이 없거나 <연합뉴스>와 계열사 기사를 그대로 가져오는 문제가 발생해 '파행 제작'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정부, <한국일보> 부당노동행위와 장재구 200억 횡령 수사해야"

'짝퉁 한국일보'에 기자들 '망연자실'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용역 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로비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이 대부분의 자사 기자들이 빠진 채 발행된 17일자 신문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짝퉁 한국일보'에 기자들 '망연자실'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용역 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로비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이 대부분의 자사 기자들이 빠진 채 발행된 17일자 신문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성호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한국일보>의 편집국 폐쇄 사태와 관련해 장재구 회장 퇴진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유린한 장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과 기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와 한국일보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일보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일체 하지 않았음에도 편집국을 폐쇄한 것은 사실상 불법적인 직장폐쇄 조치이므로 고용노동부는 즉각 불법 직장폐쇄와 이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검찰에도 "장재구 회장과 회사가 외부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은 없었는지 즉각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인 장재구 회장의 200억 배임·횡령 사건의 조속한 검찰 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장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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