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자 <연합뉴스> 시론 중 <한국일보> 사설과 내용이 유사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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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설은 전날 <연합뉴스>의 시론 '성범죄 근절, 법률 강화만으로 부족하다'와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몇 문장을 제외하고는 연합시론의 문장과 거의 일치한다. 비대위가 사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유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사설의 세 번째 문장부터다.
"성범죄는 친고죄여서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따르고 고소 취하 가능성으로 인해 수사도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시대 변화에 뒤진다는 비판이 높았던 성범죄 관련 법률이 늦게나마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 환영한다." 다음은 <연합뉴스> 시론 11, 12번째 문장이다.
"성범죄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따르고 고소 취하 가능성으로 인해 수사도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시대 변화에 뒤진다는 비판이 높았던 성범죄 관련 법률이 늦게나마 현실에 맞게 개정된 건 환영할 일이다."
'때문에' '~로 인해' '~된 건 ~할 일이다'라는 표현을 제외하고는 문장이 같다.
사설의 다음 문장부터 끝까지는 <연합> 시론과 거의 일치한다. 시론의 일부 문단·문장이 사설에 없고, 두 글의 몇몇 단어와 서술어 표현이 다를 뿐이다. 심지어 사설 속 사례도 같다.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결론 부분 역시 판박이다. <한국> 사설과 <연합> 시론 둘 다 "강화된 법률적 토대를 바탕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내 기자들 "'신문의 얼굴'까지 표절하는 게 회사의 현실"사내 기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비대위 소속 한 기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늘자 신문 사설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며 "논설위원이 자부심 가지고 쓰는 게 사설인데, 이를 어떻게 베껴서 낼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신문사의 공식입장을 담고 있어 '신문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사설까지 표절하는 게 '짝퉁 <한국일보>' 편집국의 현실"이라며 "신문을 만들 능력이 없는 장재구 사장 등이 <한국일보>의 명성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사설은 이진희 <한국일보> 부사장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기존 <한국일보> 논설위원 전원은 회사의 편집국 강제 폐쇄를 비난하며 17일자부터 사설 게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회사는 19일 강병태 논설위원실 주필과 정병진·허영섭·안순권 논설위원을 새로 임명했다.
<오마이뉴스>는 19일 오후 5시 30분께 이진희 부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사주의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 등으로 비대위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용역경비업체 직원을 동원해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 편집국을 봉쇄했다. 회사는 경영진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확약서'를 쓴 기자 외에는 편집국에 아무도 들이지 않고 있는데 이어, 전산시스템인 '<한국일보> 기사집배신'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접속아이디도 삭제했다.
신문은 지난 17일부터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과 부·차장급, 정치부 기자 등 15~20명이 참여해 제작 중이다. 부족한 기사들은 자매지와 <연합뉴스>에서 공급받아 메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사에 기자 이름이 없거나 <연합뉴스>와 계열사 기사를 그대로 가져오는 문제가 발생해 '파행 제작'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정부, <한국일보> 부당노동행위와 장재구 200억 횡령 수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