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일본말의 한자 사용 무엇이 다르지?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회

등록 2013.06.24 08:54수정 2013.06.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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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23일 오후 오사카부 히라가타시(枚方市) 시민회관 5층에서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차 학술발표회가 있었습니다. 많지 않은 회원이 참가하여 그간 연구해온 결과를 중심으로 학술발표를 하고,  못 다한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서 계속되었습니다.

처음 발표는 한남수 학회 고문이 맡았습니다. 한남수 고문은 지난 3월 24일 19차 간사이 지회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도쿄를 방문하여 새로 손에 넣은 자료들을 보충하여 발표하셨습니다.

한남수 고문은 일본에서 출판된 이진규 선생님의 한국어 교과서 인민한글교본에 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1950년 3월에 나온 이 책은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남북이 대치하고, 전후 복잡한 일본 사회 현실 속에서 일본에 남아있는 우리 민족 젊은이를 위해서 한글 교과서를 쓰셨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발표를 위한 조사에서 새로 발견된 것은 인민한글교본이 나오기 두 해 전부터 이진규 선생님은 인민한글교본 1을 이미 만드셨고, 1949년에는 정정 재판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이진규 선생님께서 인민한글교본을 발간하셨을 때 일본은 미군정이 실시되는 기간으로 이진규 선생님의 저작에 대해서 미군정청 역시 관심을 가지고 검열을 했으며 그 자료가 지금 미국 워싱턴에 있는 브랑게 문고에 남아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기자가 소그드인의 장례 도구 옥스아리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도시에서 무역 중계상을 하던 소그드인들은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사람입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물, 불, 흙을 거룩하게 여깁니다. 주검이 거룩한 것들을 더럽히지 말아야 된다는 의식에서 주검은 높은 산으로 운반하여 새들에게 먹입니다. 그리고 남은 뼈를 정리하여 옥스아리라고 하는 그릇에 담아서 매장하거나 무덤을 만듭니다.


이 소그드인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옥스아리 하나가 1900년 전후 일본 니시혼간지 주지였던 오타니 탐험대에 의해서 중아아시아 쿠차에서 수집되어 지금 국립 도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a    한남수 고문과 김리박 지회장이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한남수 고문과 김리박 지회장이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이 옥스아리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원통형 몸체와 천막형 뚜껑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뚜껑에는 연주, 날개 달린 아기, 리본을 물고 있는 새 등이 그려져 있고, 원통에는 악사와 탈을 쓴 무사, 무용수 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발표에서는 옥스아리에 새겨진 여러 무늬에 대해서 무슨 뜻을 지니고 있는지 소그드 문화를 중심으로 해석하여 이 옥스아리가 조로아스터교를 믿었던 소그드 사람들이 사용한 장례 용기라고 하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마지막 발표에서는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지회장이신 김리박 선생님께서 한자 천자문에 나오는 되나라 꼴글의 우리말과 니본 말의 바닥쇠 말 읽기를 견주어 보는 내용을 발표하셨습니다.

우리는 한자를 사용할 때 하늘 천이라고 하는 한자의 훈과 음을 나누어서 사용하고 한 한자에 대해서 음독만을 원칙으로 읽습니다. 그러나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사용할 때 한 한자에 대해서 음독과 훈독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바깥 외(外) 자에 대해서 음독으로 사용할 때는 가이라고 있지만 훈독으로 사용할 때는 소토라고 쓰거나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음독과 훈독이 정해진 원칙에 의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 바뀝니다. 그리고 한 한자에 대해서 음독과 훈독이 여럿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한자 읽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초등학교 일학년 때부터 학년별로 정해진 한자 수준이 있어서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립니다. 그래야 일본어 문자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피스나 워드 등이 보급되어 눈을 읽고 뜻을 알지만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은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김리박 지회장님께서는 천자문 한자 한 자 한 자에 대해서 우리말 음, 훈 그리고 일본어 뜻에 대해서 많은 자료를 직접 찾아서 밝히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지면서 한자음이 통일되고 그것만 사용하면서 우리 고유 말이 사라져 버린 것도 많습니다. 이 점이 일본 한자와 다릅니다.

이번 한글학회 간사이 지역 연구발표에 비록 많은 회원이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외국에서 일반 연구자들이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 유일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오래전부터 민족 차별을 받아가면서 우리말과 글을 지켜온 곳이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a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회를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회를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지정희, 프랑게(Gordon William Prange) 문고에서 본 점령기 조선어 교과서에 대해서, 에히메대학 법문학부론집 제 32 호, 2012.3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20 회 학술발표 #김리박 지회장 #이진규 선생님 #인민한글교본 #한남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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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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