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 본회의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일,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본회 법안 투표 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동영상을 보고 있는 서병수 의원,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한기호 의원, 트위터를 하며 투표를 하고 있는 이석현 의원. 왼쪽 아래부터는 메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인춘 의원,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신경민 의원,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이상민 의원이다.
이희훈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투표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화 도중 툭툭 버튼을 눌렀다. 박혜자 의원은 휴대전화를 보다가 툭툭, 우원식 의원은 나갔다가 후다닥 들어와 툭툭, 신경민 의원은 자다가 툭툭 버튼을 눌렀다. 이석현 의원은 트위터 하다 툭툭, 최동익 의원도 휴대전화를 보다가 툭툭,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하다 툭툭이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오 의원은 다리 꼬고 웃으며 딴 짓하다 툭툭, 강은희 의원은 뭔가를 열심히 적다가 툭툭, 김태환 의원은 통화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며 툭툭, 신의진·이인제 의원 어디 갔다 와서 휴대전화를 보며 툭툭 버튼을 눌렀다. 대체로 성의가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투표의 태도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법안을 꼼꼼히 살피고, 의원들의 설명을 경청하는 의원도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 서용교·최봉홍 새누리당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단말기 자료와 배포된 자료를 계속 확인하며 투표했다.
본회의가 시작된 지 4시간, 오후 7시가 넘어가자 자리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늘었다. 투표 태도도 더욱 악화됐다. 의원이 나서 법안을 설명하면 우르르 몰려 나갔다가 의장이 "투표하세요"라고 말하면 헐레벌떡 들어와 터치스크린의 투표 버튼을 눌렀다.
오후 7시 32분, 181명의 의원만이 의석을 지켰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5분 자유 발언을 시작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나둘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당 대표인 황우여·김한길 대표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자유 발언을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 중 한명은 문 앞에서 정 의원을 향해 "사퇴해야 하는데 무슨 발언입니까?"라고 외치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10월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해, NLL 사태를 촉발시킨 바 있다. 이에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본회의 자리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항의의 뜻을 표한 것이다.
이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이, 마지막으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유 발언을 했다. 이제 의석에는 셀 수 있을 만큼의 의원들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까지 남은 의원들, 고작 25명 박병석 부의장은 "마지막까지 남은 의원들의 이름을 속기록에 남기겠습니다"며 의원들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이학영(민주-초선), 배기운(민주-재선), 박민수(민주-초선), 전병헌(민주-3선), 김한길(민주-4선), 김민기(민주-초선), 진선미(민주-초선), 진성준(민주-초선), 김재윤(민주-3선), 김용익(민주-초선), 오제세(민주-3선), 임수경(민주-초선), 함진규(새누리-초선), 이헌승(새누리-초선), 김한표(새누리-초선), 이우현(새누리-초선), 염동열(새누리-초선), 박창식(새누리-초선), 윤명희(새누리-초선), 송광호(새누리-4선), 김재연(통진-초선), 김미희(통진-초선), 송영근(새누리-초선), 오병윤(통진-초선), 정진후(진보정의-초선)의 순이었다.
당별로는 민주당이 12명, 새누리당 9명, 통합진보당 3명, 진보정의당 1명이었다. 초선이 19명, 재선이 1명, 3선이 3명, 4선 2명이었다. 초선의원이 절반 이상 자리를 지킨 것.
오후 8시, 236명으로 개회한 본회의는 25명만 남은 채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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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명으로 개회한 국회 본회의, 25명으로 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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