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입찰 담합, 경영진 책임"... 재벌총수도 '표적'

[현장] 경제개혁연대, 6개 건설사 상대 첫 주주대표소송... 허창수·정몽규도 대상

등록 2013.07.08 16:42수정 2013.07.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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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8일 오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공사 입찰 담합 관련 주주대표소송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이 소송 꼭 하고 싶습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지난 대선 '경제민주화 전도사'였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의 표정은 한 표를 호소하는 대선 후보 못지 않았다. 대기업 담합을 뿌리 뽑는 전환점이 될 주주대표소송에 소액주주들의 한 주 한 주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담합 관련 국내 첫 주주대표소송... 경영진 책임 입증 '산 넘어 산'

경제개혁연대는 8일 오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공사 입찰 담합으로 990억 원대 과징금을 받은 6개 건설사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진들이 위법 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방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개인적으로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대강 사업 1차 턴키 공사와 영주다목적댐 공사 입찰 담합으로 각각 과징금을 받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6개 상장기업이 첫 표적이다. 경제개혁연대에서 이날 예시로 든 임원 명단에는 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재벌총수를 비롯해 담합 시점에서 이사로 활동한 60여 명이 포함됐다.

김상조 소장은 "공정위에서 담합 사건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과징금보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라면서 "주주대표소송으로 회사 손해를 이사진 개인 돈으로 물어내게 하면 담합 행위 반복을 방지하는 회사 내부통제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지금까지 담합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담합 관련 주주대표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해당 회사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0.01% 주주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회사별로 최소 5100주에서 최대 4만1563주를 확보해야 하는데, 피해자 소송과 달리 승소하더라도 원고에 직접적 혜택이 없는 공익 소송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도 지난 1월 국내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에게 먼저 21개 담합 업체에게 주주대표소송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한 상태다.

0.01% 지분을 확보해 소송에 들어가더라도 담합 과징금으로 실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는지, 당시 경영진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인지 입증해야 한다. 보통 담합으로 발생한 이익이 과징금보다 크기 때문에 법원에서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고, 담합이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경영진에 직접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이에 김상조 소장은 "국내 법원도 자칫 과징금보다 담합 이익이 더 커 소송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불법 행위로 인한 이익(담합 이익)으로 책임(과징금 손해)을 감면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소장은 "4대강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은 워낙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담합으로 얻은 이익은 없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익 본 게 없다면 과징금으로 회사가 손해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여러 크고 작은 담합 사건들 가운데 굳이 4대강 사업을 선택한 이유다.

경영진 책임 입증 문제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이사들이 직접 담합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담합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감시할 간접적 책임이 있다"면서 "미국 법원도 최근 내부통제장치를 구축하지 않아 발생한 행정당국 징계를 회사 손해액으로 간주하고 있고 일본 법원도 금전적 배상 대신 화해를 통해 회사 돈으로 담합 실태를 조사하고 내부통제장치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경련 박종학 변호사는 "회사가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하려면 행위 자체에 직접적인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사가 담합을 직접 지시했거나 책임이 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회사가 과징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을 인정했다거나 (담합 때문에) 영업이익이 많다는 것도 지나친 주장"이라며, 담합 관련 행정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점을 들어 회사가 경제개혁연대의 소 제기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주주 모으려 5년 만에 기자회견... "4대강 책임 묻는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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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가 8일 오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공사 입찰 담합으로 990억 원대 과징금을 받은 6개 건설사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김 교수는 "2008년 이후 기자회견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연기금 참여 없이 개미 군단만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아 소송 취지를 널리 알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은 간접 소송이어서 원고에 금전적인 이득이 없지만 손해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돼 지분율만큼 이득이 발생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회사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데 시민 일원으로 참여하는 긍지와 보람이 가장 큰 이익"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자 4대강사업 관련 각종 소송도 진행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제도 개혁이나 경제적 관점도 있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이익을 많이 본 건설사 관계자들 책임을 묻는 효과도 있다"면서 "4대강 사업 책임 묻는 연장선에서 많이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제개혁연대 김명수 변호사가 원고쪽 대리인을 맡게 되며, 7월부터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8월 중 각 회사에 '소제기 청구서'를 제출한 뒤 회사가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9월 중 법원에 직접 소장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려면 소 제기 시점에서 해당 회사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며, 9월 말로 예정된 소장 접수 시점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문의: 070-4077-3343) 
#4대강 담합 #주주대표소송 #4대강 사업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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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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