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가게를 살리는 비법, 이런 거였구나

[서평] 이은표의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등록 2013.07.11 17:52수정 2013.07.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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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책겉그림〈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디스커버리미디어
내 지인 중 하나가 경기도 하남에다 순댓국집을 열었다. 소자본으로 쌍둥이 형제가 창업을 한 것이었다. 실 평수 7평에 보증금 1000만 원, 250만 원을 월세로 냈다. 3년 전에는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에도 빠듯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동생은 영등포시장 인근에 곱창집을 열었다. 하남에 있던 순댓국집은 동생에게 넘긴 뒤였다. 물론 그 전부터 영등포 일대를 돌며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잘 아는 선배에게 달라붙어 곱창 음식에 경영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오픈식이 있고 난 뒤 나는 그 가게를 찾아갔다. 지하 벙커처럼 생긴 곳이었지만 지상에는 작은 테이블이 네 개나 놓여 있었다. 지상은 마치 노천극장을 방불케 했다. 저녁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 온 곱창은 정말로 맛깔스러웠다. 이래서 손님들이 술을 찾는가 보다 싶었다.

2년째가 되는 오늘, 나는 그 사장과 통화했다. 서울에서 살 땐 자주 왕래했는데, 목포로 내려 온 뒤로는 소식이 뜸했다. 그 사장은 전체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자기 가게에는 손님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2년 만에 그의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단골 손님을 확보한 셈이었다. 참으로 듣기에 좋은 소식이었다.

자영업 피해야 할 상가는 어디일까

이은표의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는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다. 장사의 고수 11명이 들려주는 자영업 성공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런 고수들의 이야기는 이 책의 뒷 부분에 실려 있고, 전반적인 줄거리는 저자가 직접 주도해 나간다. 그만큼 이은표 사장의 로드 마케팅에 관한 실제적인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게의 상호는 '그 남자의 빠삐용'. 메뉴는 대학로부터 자신이 있었던  카레와 새로 개발한 돈가스·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음료수와 함께 내놓은 세트 메뉴로 정했다. 세트 메뉴는 청소년과 대학생의 소비형태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한 것이었다. 어른들에게는 좀 낯설지만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는 수요가 많은 아이템이었다."(본문 62쪽)


이는 그가 성남종합시장 부근의 '죽은 가게를 살리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새로 창업한 가게를 이야기한 것이다. 어른들 대상이 아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 바로 그것.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가 개업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하루 매출은 30만 원, 3개월쯤 됐을 땐 하루 50만 원 그리고 공중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에는 눈에 띄게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 상권의 가게'에 무모하게 뛰어든 이유가 무엇었을까. 나름대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실전 노하우가 강했다. 특별히 그는 재미와 퍼포먼스를 감안한 '로드 마케팅'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전문가다.


그가 처음 물건을 판 것은 김이었다. 대학등록금을 마련코자 그는 원가에 사들인 김을 선생님들에게 팔았고, 그 수익금으로 대량의 김을 사서 여러 곳을 돌며 모두 팔아 치웠다. 그런 도전정신을 밑바탕으로 하여 그는 '그 남자의 카레집'과 '그 남자의 순대방'을 오픈해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걸 계기로 성남과 분당의 서현역에 20년 동안 음식점을 경영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실전 경험 덕분에 그는 지금 소자본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음식점이든 가게든 새로 장사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주문을 한다. '빚은 될 수 있는 한 내지 말고 시작하고' '철저한 시장조사와 많은 준비를 거치도록 하고' '오너는 의자에 앉아 있기 보다 발로 뛰는 자가 돼야 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피해야 할 상가가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른바 권리금 작전 세력이 있는 지역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재개발 지역에는 뛰어들지 말 것, 프랜차이즈점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것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독점상권을 개척하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손님 생활의 일부가 된 꽃집 사장님

"꽃집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생화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판매 주기가 짧다. 그러므로 계절별·시기별로 판매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얼마 만큼의 꽃을 팔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정확해야 싱싱한 꽃을 제때 판매할 수 있다. 나도 2년이 걸렸다."(본문 266쪽)

"6개월 장사로 나머지 6개월을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 2월 졸업 시즌에는 2시간 이상 잘 생각하지 마라. 졸업 시즌이 끝나고 봄이 오는 3~4월에 생화 시즌이 시작되고, 5월에는 어버이 날·스승의 날이 있고, 6월까지 그 여파는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본문 267쪽)

이 책 후반부에 나오는 장사의 고수 11인 가운데 한 사람인 초롱꽃집 김병완 사장의 이야기다. 그가 처음 꽃가게를 시작한 곳은 보증금 2000만 원에 권리금 없이 월 42만 원이 들어가는 실 평수 10평짜리 지하 가게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곳에서 꽃집과 수족관을 같이 했는데, 완전히 실패작이었다고 한다.

그런 쓰라린 경험을 한 뒤에 다시 가게를 오픈한 곳은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32만 원의 5.19평짜리 1층 상가였단다. 지하에서 장사를 하던 것과 달리 매출이 서너 배로 뛰었다. 이 모든 게 동네 사람들과 맺은 친밀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주민들의 성향이나 가족관계·집안 경조사 등을 모두 파악했고, 손님들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목포 북교동 인근에도 꽃집들이 무척 많다. 전국에 체인망을 두고 있는 큰 꽃집도 있고, 집 바로 아래쪽에도 큼지막한 꽃집이 있다. 시장 부근에도 꽃집은 널렸다. 꽃집 장사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서였을까. 지인 중 하나도 터미널 부근에 꽃집을 하나 열었다.

이런 꽃집들이 다 잘되면 좋겠다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는 때에는 서로가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몰려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속에서 살아남고 잘 되는 꽃집들이 있을 법하다. 이런 꽃집들의 공통점은 단골손님을 잘 관리한다는 것일 게다. 여전히 근방의 꽃집들은 모두 동네상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 장사의 고수 11명이 들려주는 자영업 성공 코드

이은표 지음,
디스커버리미디어, 2013


#이은표의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소자본 창업 컨설턴트 #그 남자의 순대방 #이오 플라워 #토브플라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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