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미국 털사발레단 입단 6개월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이현준은, 이번 ‘오네긴’의 첫 고국 컴백무대에서 더욱 진중하고 세련된 ‘오네긴’을 보여주었다.
유니버설발레단
12일, 공연의 1막은 올레가(김나은 분)와 그의 애인 렌스키(콘스탄틴 노보셀레프 분)의 안정적이고 귀여운 2인무로 신선하게 시작되었다. 이어진 타티아나의 꿈속 장면을 그린 '꿈속의 파드되'에서 오네긴(이현준 분)과 타티아나(강미선 분)는 분위기 있고 격조있는 고풍스런 듀엣을 보여주었다. 이현준은 유니버설 발레단 출신으로 올해 2월 미국 털사발레단 입단 6개월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하며 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에게 이번 <오네긴>은 첫 고국 컴백무대인데, 이날 그는 더욱 진중하고 세련된 '오네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막 1장 '타티아나의 생일파티'에선 주인공 이야기 사이로 화려한 파티 춤 장면이 보이는데 멋지다. 그 사이에서 도도한 도시남자 오네긴은 순박한 시골 아가씨 타티아나가 건네주었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타티아나의 손바닥 위에 모멸스럽게 뿌린다.
무료함을 느낀 오네긴은 친구 렌스키의 애인이자 타티아나의 여동생인 올가를 유혹한다. 분노를 느낀 렌스키는 결투를 신청한다. 2막 2장 결투장면은 달빛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드러내는 황량한 숲이 배경인데, 이러한 무대배경은 타티아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결국 오네긴은 렌스키를 총으로 쏴 죽인다.
3막에서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오네긴이 등장한다. 젊은 시절의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 대조적인 오네긴의 모습. 반면, 남편 그레민 공작과 춤을 추고 있는 타티아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나이가 들었음에도 오히려 농염하다. 이제는 타티아나가 무대를 압도하고 반면에 초라하게 늙은 오네긴은 무대 왼편에서부터 무대 주변부로 사람들 춤추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무대 앞쪽으로 검은 장막이 드리우면서 주마등처럼 오네긴의 지난 세월이 흘러 지나간다. 자신이 저버렸던 사람들, 총으로 쏴죽인 렌스키 등등. 무엇을 위해 그토록 도도하고 모질게 살아왔을까. 오네긴은 드디어 지금은 그레민 공작부인이 된 타티아나와 해후하지만, 이번엔 타티아나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슬퍼하면서 추는 그레민 공작과의 2인무에서 이동탁(그레민 역)은 기량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부인 타티아나를 안정적으로 잘 받쳐주는 믿음직한 남편이자 무용 파트너의 모습을 훌륭히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