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컴퍼니 직원들. 왼쪽부터 정윤호 대표·한태수·심혜지·류지형·박푸른씨.
심혜진
"공연예술인 평균 연봉이 얼마인 줄 아세요?"
이 청년, 시작부터 세게 나온다. 머뭇거리는 사이 속사포처럼 말이 이어진다.
"434만 원이래요. 그런데 이것도 돈을 받는 사람들만 계산한 거예요. 제대로 돈을 못 받는 이들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적어질 거예요."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동 창대 시장 골목에 요즘 한창 내부공사 중인 건물이 있다. '공연문화사업단 제이컴퍼니'와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이 지역을 거점으로 문화 사업을 벌이는 공간이다. 정윤호(28·만수동)씨는 두 단체에서 각각 대표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제이컴퍼니는 문화예술을 하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기획과 강사파견 등을 해온 단체다.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 놀이터 뜻'은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만수동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프로젝트 실행을 준비 중이다. 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센 청년' 정 대표를 지난 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내 의견이 수련관 운영에 반영돼 기뻐 제이컴퍼니는 2006년 정 대표를 포함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소년 네 명이 '연극퍼포먼스-광끼'라는 공연단체를 만든 것에서 시작했다. '광끼'의 시작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의 고교 시절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는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다. 2학년 때 친구들과 자유롭게 연습할 공간을 찾던 중 남동구청소년수련관에서 동아리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들과 이곳을 드나들며 연극 연습을 하던 어느 날, 한 청소년 지도사가 그에게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수련관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었어요. 수련관 쪽에 우리의 불만이나 요구를 전달하는 거죠."그는 수련관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아 청소년들이 평일에는 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수련관은 이를 받아들여 공간을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수련관 이용시간이 늘어난 것도 좋았지만, 제 의견이 수련관 운영에 실제로 반영됐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어요."그는 또 수련관이 주관하는 청소년축제 기획에도 참여했다. 처음엔 지도사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세 번째부터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축제기획단을 꾸렸다. 그는 청소년위원회 활동을 하며 청소년을 대변하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그때 청소년지도사가 그에게 '힘을 가지려면 단체가 필요하다. 네가 직접 만들어봐라'는 조언을 했다. 이 말은 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청소년위원회 활동은 제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됐어요. 시야도 많이 넓어졌죠.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싶어요."청소년이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