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깨 부시고, 영광이 같은 사람되겠다"

<마이 리틀 히어로>를 보고... 다문화 관련 영화를 본 중학생들의 반응

등록 2013.07.18 15:53수정 2013.07.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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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리틀 히어로를 감상하는 학생들
마이 리틀 히어로를 감상하는 학생들오문수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앞둔 중학생들에게 수업에 집중하라고 다그치기는 어렵다. 이럴 때 의미 있는 영상수업 1시간은 10시간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다문화 담당교사가 "더운 날씨에 집중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다문화관련 영화를 보여주자"는 제안을 했다.

여수 무선중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 요청 다문화교육정책연구학교다. 학교에는 9명의 다문화출신 학생이 있다. 담당 교사가 추천한 영화는 <마이 리틀 히어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영광'이는 다문화가정 아이다. 영광이는 노래를 무척 잘 불러 '뮤지컬 드림'이라는 오디션에 나가게 된다. 오디션은 요즘 유행하는 슈퍼스타 K나 K팝 스타와 같은 TV생방송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오디션에서는 심사할 때 얼굴을 보지 않고 심사하는 일명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 영광이는 두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영광이의 모습
영광이의 모습마이 리틀 히어로

 와이어를 타고 날으는 연습하는 영광이
와이어를 타고 날으는 연습하는 영광이 마이 리틀 히어로

블라인드 오디션이라 영광이가 다문화가정 출신인줄 몰랐던 유일한 감독은 영광이가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라는 것을 알고 거부감을 느낀다. 유 감독은 영광이가 자신이 연출하는 '뮤지컬 드림'의 주인공인 우리나라 역사 속 인물인 '정조' 역할을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된 유 감독은 영광이를 혹독하게 연습시킨다. 3회전 턴과 와이어에 발이 붓고 살이 터질 때까지 피나는 연습을 마친 영광이는 결승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만 되는가? 까무잡잡한 외모의 영광이를 마뜩찮게 여기던 다른 감독과 주위 사람들의 모략으로 영광이는 엄마와 함께 필리핀으로 떠나버린다.

잘못을 깨달은 유일한 감독은 필리핀으로 돌아간 영광이를 데려오고, 각고의 노력 끝에 결승전에서 우승해 결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며 떠들던 아이들이 어느새 진지해졌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엄마가 필리핀 출신인 김아무개(중3) 학생이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마음이 아프고 슬펐어요. 영광이가 열심히 노력해 스타가 되는 걸 보고 나도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의사가 되어 필리핀에서 어렵게 사는 환자들을 돌보아 줄 겁니다."

 필리핀 출신 엄마와 함께 슬픔을 나누는 영광이
필리핀 출신 엄마와 함께 슬픔을 나누는 영광이마이 리틀 히어로

중국 출신 엄마를 둔 이아무개(중3) 학생은 말했다.


"나는 엄마가 중국 출신이라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처럼 피부가 까무잡잡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피하고 싶고, 더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동남아시아하면 우리보다 못 산다는 선입견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광이를 무시하는 악역들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괜히 부끄러웠습니다."

 친구와 함께
친구와 함께마이 리틀 히어로

1학년 최아무개 학생의 감상문이다.

"요즘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큰 눈, 흰 피부, 오똑한 코, 큰 키 등을 가진 백인가정 출신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는 호감을 보이는 반면에 흑인가정 출신이거나 동남아 출신 다문화가정아이들은 못사는 나라, 못생긴 사람으로 업신여깁니다. 우리나라도 한 때는 다른 나라의 식민지였고. 사람이하 취급을 당했어요.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이들도 자라고 있었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보았다는 한 학생은 "편견을 깨 부시고 영광이처럼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는 학생들에게서 산교육의 모습을 본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다문화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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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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