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 대한 재기발랄한 문제 제기

20명의 독자와 함께 읽은 <안녕?! 오케스트라>

등록 2013.07.21 20:48수정 2013.07.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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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X, 다문화 주제에."

'다문화'에 대해서 보통 사람 만큼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비속어로 쓰인다고 한다. "이 XX, 다문화 주제에!"라는 말 속에는 사용되는 '다문화'는 조롱과 멸시, 인종차별을 상징한다.


마치 '민주화'라는 용어가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이 언어도 폭력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하나의 언어, 그것도 숭고한 가치가 담긴 언어가 폭력의 수단이 되고 상처를 주는 말로 전락한다면 그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말을 악용하는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언중들이 말이 병들도록 방치했을 때 언어가 병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문화'를 욕설로 사용하는 사람은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수 있다. 다문화는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 된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결혼이 줄고 이혼은 늘었다. 2007년 8294건이던 국제이혼 건수는 지난해 1만887건으로 급증했다. 이미 2011년 우리나라 이혼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다문화 가정이다.

지인을 통해서 다문화 가족의 현실을 듣게 되었다. 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엄마와 아이가 적지 않은데 가족이 위태로울 정도로 소원해졌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국말을 자기 나라 말보다 더 잘 하는데,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이들은 한국말도,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국이 외국인에 대해서 썩 성숙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인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차별을 당하고,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이들과의 관계도 악화되기 때문에 무척 안타까웠다.

어떤 변화든 사회적 인식이 성숙했을 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변화 이전보다 더 상황이 악화된다. '다문화'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혼자 냉가슴을 앓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책이 한 권 도착했다.


<안녕?! 오케스트라>(이담북스)는 2012년 MBC 대기획 프로젝트의 제목인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의 책이다. 열 개의 나라에서 찾아온 9~14세의 아이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의 좌충우돌 스토리다.

이 책은 재기발랄하며 성숙하다. 총천연색 아이들의 색깔을 잘 살려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니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기분 좋아지는 장면은 '릿타'라는 아이가 자연의 박자를 세는 장면이다. "물소리는 제가 들어서 세어 봤는데 네 박자 같아요. 바람이 나뭇잎에 붙어서 나는 소리는 세 박자. 그런 느낌이에요"라는 표현을 아이들에게 듣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재기발랄하다. 상처란 위대함의 발판이 되며 상처와 상처가 만나 위로가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성숙하다. 재기발랄하고 성숙한 이야기가 모여서 조화를 이룬 음악 소리가 나는 책이 <안녕?! 오케스트라>다.

"넘 감동!을 준 책!"

<안녕?! 오케스트라>를 함께 읽은 네티즌들은 격한 감격을 표현했다. 양희경씨는 "넘 감동!을 준 책! 단숨에 쭈우욱! 여러번 울컥! 울먹! 주루룩 했습니다"라며 느낌표를 무려 다섯 개를 달았다. 격한 감동이 전해졌다. 조향미씨는 책을 받자마자 펼쳤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예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찾아서 다시 듣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마태호씨도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영헌씨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민규씨는 '예쁘다'는 말로 이 책을 정리했지만, 그 중에서도 오디션 과정이 가장 예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현악기를 쥘 수 있는 팔 길이가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발되었다. 오디션의 탈락 여부가 음악적 재능도 열정도 아닌, 최소한의 신체적 조건이었던 셈이다." - <안녕?! 오케스트라> 31쪽

이민규씨는 "정말 생각만해도 흐믓한 오디션이 저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네요"라는 말로 코멘트를 마무리했다. 나는 특히 <반짝 반짝 작은 별>이라는 자장가를 여러 나라 말로 들려주는 모습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연주회에서 아이들의 연주를 듣는 부모님이 되는 상상을 해봤다. 이 책을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인 콩고 출신 다니엘을 직접 가르쳤던 선생님도 댓글 놀이에 참여한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제가 한글을 가르쳤던 콩고 여성의 아이(다니엘)이 나와서 감회가 새롭더군요!!"(박진숙씨)

<안녕?!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은 바로 다니엘이 남긴 말이었다. 다니엘의 말을 접하고 슬펐다. 어른보다 더 조숙한 생각이 담긴 말을 엄숙하게 하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싫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는 것은 욕, 놀림, 차별입니다. 첫째, 욕이 없는 세상. 둘째, 놀림이 없는 세상. 셋째, 차별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다니엘) ㅡ 같은 책, 54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상처 입었을 것

<안녕?! 오케스트라>에 그려진 다문화 아이들의 현실을 처음 접하고 놀란 독자들도 많았다. 권기성씨는 "아이들의 면면을 보면서 아이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으로 인해 소외되고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태호씨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성장과정을 오케스트라의 아이들에 비유해 독특하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케냐 출신의 유학생이 한국 여성과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이후에 케냐 출신의 유학생은 이혼을 하고 케냐로 돌아갔을때, 그 아이가 40대에 한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그 아이는 한국에서 자라면서 인터냇 댓글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태호 씨)

다니엘의 선생님 박진숙씨는 "욕없는 세상, 놀림없는 세상, 차별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슴에 와 꽂히더군요"라고 말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방송이 나가고 나서의 반응들이 나와 있었는데, 우는 장면을 재차 편집해서 다시 놀림의 도구로 이용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소개돼 있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또 다시 막막해졌다.

<안녕?! 오케스트라>의 독서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이 책의 강점을 생각해 보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다문화 문제의 중요성도 역설하지 않는다. 차분히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하고 연주를 할 뿐이다.

아이들이 받았던 폭력과 차별을 비판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서운 것은 긍정이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나의 모습을 긍정하고, 내가 받은 상처 또한 긍정한다. 이 모든 것을 긍정의 에너지로 만들어 돌려준다. 용재 오닐의 철학은 놀라웠고, 아이들은 그런 용재 오닐의 모습을 이해했다. 나도 그렇다.

"제게 일어났던 모든 안 좋은 과거를 지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안 지울 겁니다. 아이들이 겪은 고난을 들여다보면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에요. 하지만 부정적인 일들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게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음악의 힘입니다."(용재 오닐) ㅡ 같은 책, 147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이야기 나눈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 오케스트라 -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한 1년의 기적

이보영 지음,
이담북스, 2013


#안녕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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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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