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들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임현철
"태빈아, 9시10분쯤 병원 앞 도로변으로 나오시게….""5분쯤 늦겠네.""5분 더 기다려야 할 듯….""버스정류장 쪽에 있어요.""가방 열렸다. 잠궈.""나오시게 아들."그냥 일반적인 부자지간 대화 같은가요? 아닙니다. 자세히 보시면 알겁니다. 혹 그동안 썼던 명령조 어투도 섞였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나오시게", "늦겠네" 등에서 보듯, 예사 높임 어투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어투를 쓰는 까닭은 부모에게 속한 자식에서 벗어나 한 인격체로 대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들에게 자기 존재감(자존감)을 높여 스스로 아버지와 대화하려는 등의 열린 마음을 일깨운 겁니다. 그 전까지요? 아빠는 멀뚱멀뚱, 주로 엄마와만 대화했습니다. 여하튼, 아들의 외박을 허락했으니 어아들 엄마 설득은 제 몫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태비니 자라했네. 낼 집 청소하는 조건으로…."답신이 없어 아내에게 전화했습니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허락했다더군요.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아들이 대견합니다.
역시, 자기부터 바뀌지 않으면 그 무엇도 바꾸기 힘든 세상임을 실감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이렇게 '친구 같은…'이 붙어가는 중입니다. 한 가지 걱정입니다. 부자 간 밀월 관계가 언제 어느 순간 물거품이 될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사 공짜로 생기는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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