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열받지 마라, 여긴 인도니까

[레알 인도이야기] 인도에 가면 당연한 황당 체험들

등록 2013.07.23 14:05수정 2013.07.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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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request has been denied. We don't understand Korean signature. That's neither in Karnataka, Hindi, Tamil or English. Come again tomorrow(서류 못 드려요. 한글 사인은 알아볼 수 없어요. 카나다, 힌디어, 타밀어, 영어도 아니네요. 내일 다시 오세요)." - 인도 남서쪽 카나타카주 뱅갈룰루 시내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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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체국. 현지인에게는 2분이면 뭐든지 해준다. ⓒ 이아지


오후 3시. 당신은 또 하루를 낭비했다. 고작 사인 하나 때문에. 조셉 컬리지(St. Joseph College)에 재학 중인 박아무개군이 충고해 줄 때 말을 들었어야 했다. 설마 했다. 간단한 서류를 받기 위해 우체국에서 공들인 지 이틀. 위를 쳐다본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유엔에 의하면 인도는 공해가 가장 심한 나라라 한다. 뱅갈룰루는 그나마 이 나무 덕에 살만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러나 작고 힘없게 느껴지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은 왜 사인이 알아 볼 수 있는 말이어야 하나 생각하며 되돌아간다. 하긴, 여기는 인도다.

눈에 모래가 잔뜩... 괜찮다 여긴 인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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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인도 도로. 높은 나무, 보이지 않는 차선, 신호 대기를 위해 빼곡히 서 있는 오토바이들. ⓒ 이아지


길가로 나온다. 탈 것을 잡아야 한다. 택시는 오는데 30분 걸리는 콜택시 밖에 없다. 버스는 만원버스. 아니 일억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결국 세발 오토릭샤를 잡는다. 기본요금이 20루피. 한국 돈으로 500원도 안 되니 탈 만하다.

하지만 운전사는 당신에게 100루피를 요구한다. 원래 가격의 5배나 되는 가격. 선택권이 없다. 당신은 4시에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 신문사 홍보팀원과 약속을 했기 때문. 3발 자동차에 발을 올려놓은 동시에 모래 바람이 앞을 가린다. 눈에 모래가 잔뜩 들어간다. 괜찮다. 당신은 이미 이것에 익숙하다. 여기는 인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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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초등학생. 이런 아이들 8~10면 정도가 한 릭샤에 같이 타고 하교 한다. ⓒ 이아지


차선조차 없는 도로. 원래 없는 건지, 지워진 건지 당신은 알아볼 수 없다. 10여대의 자동차, 밴, 오토바이, 릭샤들이 뒤죽박죽 엉켜있다. 12여대의 오토바이가 이미 꽉 찬 도로를 더 꽉꽉 채운다. 오토바이 업계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출발한다. 안전장치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릭샤. 학생들 등하굣길엔 한 차에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웃으며 릭샤에 몸을 싣는다. 용기를 내본다. '인도 교통사고 사망률- 중국을 제치고 1위'. 오늘 아침 WHO 홈페이지에서 본 사실. 5~ 29세의 젊은이들이 1시간에 40명씩 죽는 나라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해본다. 당신은 운전사를 믿어보려 한다. 불가능하다. 덜덜 떨리는 모터 소음과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소리가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빵~~~~~~~~~~."

쉴 새 없다. 이들은 무조건 빨리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있는데도 말이다. 잊지 말아라. 여기는 인도다.

"늦는 거 싫으면 2~3시간 앞당겨 약속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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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발 '택시' 오토 릭샤. ⓒ 이아지


당신을 이미 미팅에 10분 늦었다. 드디어 도착. 차에서 내리고 500루피짜리 지폐를 지불한다. 운전사는 잔돈이 없다며 바꿔온다고 기다리라한다. 10분 째 기다린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당신은 이제 약속장소로 뛰어간다.

이때 마침 또 비가 내린다. 맞다. 7월 장마철이지. 굵다. 기분도 나쁜데 닭똥이 생각난다. 밤낮으로 숨이 막혔던 3~5월을 기억한다. 비도 안 오고 45℃, 50℃를 넘나들던 밤. 그때를 위로삼아 당신은 부지런히 뛴다. 약속장소에 도착. 아무도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옷을 대충 말린다. 그리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또 기다린다. 여기가 바로 인도다.

"늦는 거 싫으면 2~3시간 앞당겨 약속 잡아."

최근 동창회 때 늦게 온 S군의 말이 떠오른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명색이 인도 대표 신문사다. 3시간이 지나서야 당신은 전화해볼 생각을 한다. 그들은 바쁘다며, 8시 이후에 오겠다 말한다. 화가 난다. 문득 방갈로 국제 고등학교 시절 "난 <타임스>에 나오는 기사는 읽어도 믿진 않아"라던 영어 선생님의 말이 기억난다. 이 기억에 힘입어 미팅을 취소한다. 그들은 태연하다.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당신의 잘못이다. 시간 약속에 거의 맞춰서 왔기에. 왜냐? 여기는 인도다.

지금쯤, 당신은 후회하고 깨닫는다. 그들의 주머니에 조금만 투자했으면 이 모든 일을 면할 수 있었다는 사실. 적어도 인도에서는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해당되나 생각해본다. 여기서 당신은 누구를 탓할 수도 화낼 수도 없다. 잊었는가? 여기는 인도이다.

인도에서 무엇을 하는 것? 참 힘들다. 합법적으로 정직하게 하려면 말이다.
#인도 #인도 생활 #인도 여행 #인도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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