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는 비행기 안에서 상어 한 마리를 보았다"

[디카詩로 여는 세상③] <신의 수족관>

등록 2013.07.25 15:27수정 2013.07.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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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항공 MU 5043 기내에서 한 컷.
동방항공 MU 5043 기내에서 한 컷.이상옥

   푸동공항에서 이륙한
   동방항공 MU 5043

  꼬리를 퍼덕이며
  유영하다
      - 이상옥의 디카시 <신의 수족관> 


지난해 상해를 다녀오면서 쓴 디카시이다. 기내 창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 같은 하늘 위를 유영하는 비행기는 흡사 거대한 신의 수족관 속의 한 마리 상어 꼬리를 연상하게 했다.

지상을 넘어서 천상에 온 듯한 거대한 풍경 앞에 도대체 나란 어떤 존재인가, 되묻게 되었다. 지상에서 하늘로 날아 오르는 거대한 비행기도 거대한 우주 속에서는 한낱 한 마리 새처럼 왜소해지고, 거대한 신의 수족관에서는 수중의 맹주인 상어라고 할지라도 조그마한 피라미 한 마리에 불과하다.

세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우주 속의 한 점 같은 인생이 바라보는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찬 것 같기도 하다. 소위,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행하는 사람들이 더 성공하고 이름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 뿐인가.

지난 7일 발생한 아시아나 HL7742기 착륙 사고 당시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가 함께 변을 당한 단짝 친구인 중국 여고생 왕린자(17)와 예멍위안(16)은 함께 보름간의 영어 여름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 비행기에 올랐다. 인터넷에는 두 학생이 서로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착하고 공부도 잘했던 단짝 친구가 왜 함께 그렇게 참변을 당해야 했을까. 무엇 때문인가. 누구의 죄인가.

이같은 세계의 모순 앞에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를 되묻게 되는 것이다. 성서의 시편 기자도 불의한 자가 득세하고 의로운 이가 고난 당하는 세계의 모순 앞에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죽을 때에도 고통이 없고 그 힘이 강건하며 사람들이 당하는 고난이 그들에게는 없고 사람들이 당하는 재앙도 그들에게는 없나니 그러므로 교만이 그들의 목걸이요 강포가 그들의 옷이며 살찜으로 그들의 눈이 솟아나며 그들의 소득은 마음의 소원보다 많으며 그들은 능욕하며 악하게 말하며 높은 데서 거만하게 말하며 그들의 입은 하늘에 두고 그들의 혀는 땅에 두루 다니도다 그러므로 그의 백성이 이리로 돌아와서 잔에 가득한 물을 다 마시며 말하기를 하나님이 어찌 알랴 지존자에게 지식이 있으랴 하는도다  볼지어다 이들은 악인들이라도 항상 평안하고 재물은 더욱 불어나도다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내 손을 씻어 무죄하다 한 것이 실로 헛되도다 나는 종일 재난을 당하며 아침마다 징벌을 받았도다(시편 73편 4-13절)

불의한 자는 죽을 때에도 고통이 없고, 항상 평안하고 재물이 불어나니,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내 손을 씻어 무죄하다 한 것이 실로 헛되도다"라고 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모순을 천재의 눈으로 꿰뚫은 것인가.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4월 16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우주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강연하면서 "우주 빅뱅의 과정에 신이 낄 곳은 없었다"며 신의 존재를 또 다시 부정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프리카의 창조신화를 시작으로 한 강연에서 호킹 박사는 "우주가 창조될때 신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며 "신은 그럼 우주가 창조되기전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창조론을 부정했다.

세계적인 지성 중에서 기독교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러셀도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1929년 3월 6일 영국 베터시읍 공화당에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자신은 예수가 대단히 높은 수준의 도덕적 선을 행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최선의 인간·최고의 현자가 왜, 아니었다고 생각하는지를 밝혔다. 예수가 자기 설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에게 보복하고 분노한데 비해서 소크라테스는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실상, 나는 나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내 눈으로 보는 것조차 확실한 것이 아니다. 요즘은 나이 들어 원시라 돋보기가 있는 다초점 안경을 쓰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안경을 쓰지 않으면 신문 한 자 읽을 수 없으니, 안경을 늘 곁에 두고 애지중지 하며 산다. 안경을 쓸수록 더욱 내가 바라보는 것은 허상이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안경 도수에 따라 사물은 크기도 위치도 다 다르다.

나는 러셀도 아니고, 호킹도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신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나의 왜소함, 내 존재의 보잘것없음에 대하여 처절하게 깊이 통감할 뿐이었다. 이 조그마한 머리로 '무엇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지금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며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돼 있는 대여금고를 압수했는데 금고 안에는 패물 40여 점과 예금통장 50개 등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순자씨 명의의 30억 연금 압류에 이어 아들 재용씨의 집도 압류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온다.

시편 기자는 다시 말한다.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 주께서 참으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두시며 파멸에 던지시니 그들이 어찌하여 그리 갑자기 황폐되었는가 놀랄 정도로 그들은 전멸하였나이다(시편 16-19절)
덧붙이는 글 이번 디카시 <신의 수족관>은 지난 상행 푸동공황에서 이륙하여 귀국하는 중, 마침 비행기 날개 근처 창가에 앉아서 이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찍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디카시 마니아' 카페에 올린 것 같다. 디카시는 순간 포착하여 그 생생한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실시간 독자와 소통해야 그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디카시는 SNS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디카시 #신의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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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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