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입주시켜준단 말 믿고 자진 철거했더니..."

성남 금토동 비닐하우스촌 주민들, 갈 곳 없어 전전... 도로공사 "약속한 적 없다"

등록 2013.07.25 11:34수정 2013.07.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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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는 모습 ⓒ 이민선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부동산 사기를 당해 집안 다 말아먹고서 그곳에 가게 됐어요. 친정엄마, 아들과 함께 철거 직전까지 그곳에 살았어요."(박아무개·58·여)

"판교 근처에서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0만 원 내고 살다가 판교 임대 아파트 32평짜리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이 2억 4천만 원 월세가 60만 원 이었어요. 도저히 살 수 없어서 포기하고 그곳으로 들어갔지요."(조아무개·67·여)

"예전에는 딸·사위와 함께 살았었는데, IMF 때 사위 사업이 망하면서 혼자 살게 됐어요. 딸 하고 사위는 지방 어딘가로 떠났고, 난 그곳으로 들어가게 됐지요."(손아무개·78·여)

"아버지가 사업 하다가 망한 후에 돌아가셨고, 마땅히 갈 만한 데가 없어서 그곳으로 들어가게 됐어요."(이아무개·36·여)

지난 달 27일 성남시청 로비. 주거지를 자진해서 철거한 성남시 금토동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이 도로공사와 성남시에 이주대책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거주민들은 지난 2006년부터 국토교통부 소유의 판교JC 하부 도로부지인 금토동 410의 101 등 11개 필지에 컨테이너 박스와 비닐하우스, 가건물 등을 지어 거주해 왔다.

사실상 무단점유였지만, 이들에겐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살았던 비닐하우스촌 거주민 10여명은 지난해 3월,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로부터 '불법 건축물이니 퇴거하라'는 계고장과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주대책 마련을 주장하며 퇴거를 거부했다.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 6월 "일단 철거를 하면 국민임대주택을 받는데 필요한 서류를 처리 해 줄 수 있다"는 도로공사 담당자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거주하던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자진해서 철거했다.


'철거민'이 되면 국민임대 특별 공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진 철거를 결정한 중요 요인이었다는 것이 이들 거주민들의 주장이다. 마침 LH공사가 성남 판교 백현마을 4단지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을 하고 있어, 주민들은 자진 철거를 서둘렀다고 한다. 분양 신청이 마감되기 전에 '철거민'이란 지위 획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까지 국민임대특별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더불어 임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철거민들은 현재 산속 컨테이너에 짐을 부려 놓고 찜질방이나 여관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는 사람은 산속 컨테이너 한쪽 귀퉁이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자진 철거하고, 남은 가건물을 도로공사가 임의대로 처리해도 보상과 관련한 민·형사상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임대아파트에 입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도로공사측이 감언이설로 자신들을 속였다 주장하고 있다. 또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성남시 공무원이 보호는커녕 자신들을 쫓아내는 데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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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하우스촌이 있던 자리, 한 철거민이 자기가 살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 이민선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그들이 요구 했을 뿐이지 우리가 약속한 적은 없다"면서 "그곳은 국토교통부 소유고, 불법 전용물이라 보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이주대책을 세울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 도로과 관계자는 "시가 (거주민들에게)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도로공사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도로공사와 관련된 일이라서 (비닐하우스촌을)방문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금토동 거주민들은 도로공사에 "약속한 대로 살 곳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거주지 철거 당시 LH공사에서 성남 판교 백현마을의 국민임대주택을 분양하고 있어서 그곳에 입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살던 곳이 도로확장 공사 구간이었고, 도로공사의 퇴거 명령으로 철거민이 된 만큼 우리를 특별 분양 우선공급 대상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 도로공사와 성남시, LH공사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성남시는 도로공사가 이들 거주민들을 '공익사업으로 인한 보상자'로 확정하고 명단을 보내야 '우선분양특별대상자'로 선정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보상대상'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LH공사 측은 "성남시가 철거민들을 우선공급 대상자로 명시한 공문을 보내오지 않아서 입주시킬 수 없었다"며 "지금은 입주 선정 조회가 모두 끝난 상황이라 우선공급대상자로 명시해서 공문을 보내와도 입주대상자로 선정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철거민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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