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이 없는 시장, 모두 휴가 간 걸까

올해 처음 가본 진주중앙시장, 활기를 되찾길 바랍니다

등록 2013.07.30 09:54수정 2013.07.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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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가 들어오기 전까지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중앙시장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었습니다. 1884년 개설됐으니 역사도 129년이나 됩니다. 대형마트 역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편리함을 좇아 대형마트에 가는 시민들도 어릴 적 추억을 반추하기 위해 적어도 1년에 두세 번은 중앙시장에 들러 작은 것 하나라도 손에 듭니다.


지난 29일
아이들 방학과 아내 휴가를 맞아 정말 오랜만에 중앙시장에 들렀습니다. 더위에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는 지난 주부터 시내 탐방을 가자고 졸랐습니다. 생각해 보니 온 가족이 시내에 간 적이 올해에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가고 싶다고 닥달입니다.

"더운 데 집에만 있지 말고, 시내 나들이 가요."
"더우니까 집에 있어면 더 좋지."

"아빠가 같이 가요."
"당신이 안 가면 우리끼리 다녀올게요."

"(어라, 나만 외톨이가 될 것 같네) 좋아요, 같이 갑시다!"
"와! 아빠도 같이 간다!"

아이들은 이왕에 시내까지 나왔으니 외식도 하고 싶다는 눈치입니다. 결국 진주에서 가장 맛있다는 중국집 OO장에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짬뽕을 먹고 중앙시장에 들렀습니다. 아무리 대형마트가 들어와도 129년을 자랑하는 시장이라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시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시장인데 사람이 없어요..."

a  대형마트에 맞서기 위해 리모델링은 했지만, 손님을 끌기는 역부족입니다

대형마트에 맞서기 위해 리모델링은 했지만, 손님을 끌기는 역부족입니다 ⓒ 김동수


막둥이 : "아빠 시장인데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큰아이 : "너무 더우니까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둘째 : "사람이 이렇게 없어면 어떻게 장사를 해요?"


정말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는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형마트에 맞선다며 리모델링을 했지만, 중앙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옛날 외숙모가 했던 생선를 파는 장소에 가봤습니다. 속된 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습니다.

a  생선을 파는 곳도 정말 파리만 날고 있습니다. 해볕과 비를 가리기 위해 쳐놓은 천막이 떨어졌습니다. 전통시장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생선을 파는 곳도 정말 파리만 날고 있습니다. 해볕과 비를 가리기 위해 쳐놓은 천막이 떨어졌습니다. 전통시장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동수


다른 곳도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앙시장에는 리어카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휴가를 떠났는지,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아예 천막으로 싸맨 리어카가 곳곳에 보였습니다. 정말 휴가를 떠났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며칠 후 다시 돌아와 시장거리가 활기차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이 워낙 없는 것을 보고 막둥이가 한 마디 했습니다.


a  무더위때문인지 중앙시장은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무더위때문인지 중앙시장은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 김동수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세요."
"사람이 없어서 주무시는 것이 아니라 더워서 그렇겠지."
"그래도 손님이 많으면 아무리 더워도 잠이 안 오죠."
"그런가."

"장사가 이렇게 안 되는 줄 정말 몰랐어요."
"사실 우리도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나왔잖아."
"날씨도 덥고, 장사도 안 되니 참 힘들겠어요."

a  무더위에 손님 하나 없는지 할머니는 아예 낮잠을 자고 계십니다.

무더위에 손님 하나 없는지 할머니는 아예 낮잠을 자고 계십니다. ⓒ 김동수


그때 사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1900원, 2900원짜리 옷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들어갔더니, 사람이 많았습니다. 같은 시장인데도, 많이 달랐습니다. 박리다매라도 해야 겨우 살아가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었습니다. 상인들에게 장사가 잘 되는지 참아 묻지 못했습니다. 전통시장은 언제쯤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진주중앙시장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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