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만 원 내라고? 그럼 국정원은요?

[나는 분노한다 17] 청년문제 고민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니... 법은 누구 편인가

등록 2013.08.01 20:13수정 2013.08.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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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 대통령을 뽑는 해였다. 어떤 친구는 '우리들 중 누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보자'는 농담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만 40세 이상 돼야 하며, 중앙선관위에 공탁금 5억 원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당시 나는 부산에 사는 20대 청년으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청년문제에 이목을 집중해 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조사하기로 했다. 대학생 동아리와 진보신당 부산시당 청년학생위원회(현 노동당) 소속 회원과 함께 '청년대선캠프'를 만들었다. 우리는 캠페인(부산 서면, 남포동, 부산대, 동아대 등)과 청년 생활 실태조사를 했다.

청년들의 요구는 많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은?

 청년대선캠프 청년들이 붙여준 이야기!
청년대선캠프 청년들이 붙여준 이야기!배성민

 서면 쥬디스태화 앞 캠페인 장면
서면 쥬디스태화 앞 캠페인 장면배성민

20~30대 청년들의 요구는 다양했다. 사회적 이슈로 많이 이야기 되었던 대학생 등록금 문제, 주거권, 생활비, 취업 등의 문제가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예술이나 순수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도 했다. 알바를 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고, 성희롱을 당하는 등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청년들의 문제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권 후보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야권 후보들 또한 정책 선거를 하지 않고 '야권 단일화'만을 위한 대선 레이스를 뛰고 있었다.

우리들의 행동이 당선 유력 대선 후보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당시 청년들의 어려운 삶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만족해야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검찰 조사를 받다

그렇게 대선을 치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집으로 등기가 배달됐다. 경찰서로 출두하라는 내용이었다. 부산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관은 나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던 청년대선캠프의 자료를 보여주며 조목조목 위반사항을 이야기했다. 그것은 ▲ 대통령 선거 100일 전에 특정 후보의 얼굴과 이름이 붙어있는 피켓을 공개적인 장소에 게시했다는 점 ▲ 청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대선 후보들을 비방했다는 유인물 1종을 배포했다는 것이었다.

청년대선캠프 캠페인을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 선호도 스티커 부착 게시판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했지만, 그들은 법에 나온 내용만 되풀이해 이야기했다.

또, "청년 정치에 관심 없는 박모 후보, 청년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야권 연대에 목매는 문모 후보와 안모 후보"라는 글귀가 적힌 유인물을 증거로 내밀며, 대선후보 비방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검찰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서게 되었다. 위에 말한 두 가지 위반 사항에 대해서 검사가 재판을 신청했다. 청년대선캠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청년들의 어려운 실업, 알바 최저임금,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등을 이슈화 하기 위해 활동했다. 하지만 현재 공직선거법은 청년들의 의견을 전달하기에 협소한 법이었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국민들이 공직자를 직접 뽑는 행위는 국민들의 주권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투표를 잘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참여 방식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것은 현재 선거법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청년 대선 개입 벌금 50만 원, 국정원 개입은 얼마?

"국민이 지켜본다" 매서운 눈빛 7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4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국민이 지켜본다" 매서운 눈빛7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4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유성호

재판 결과,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 원을 내라고 했다. 재판 당시 판사 또한 검사의 기소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재판장은 청년대선캠프에서 한 정치 행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데 어떤 이유로 기소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검사는 오로지 공직선거법 조항만을 이야기하며 그 조항이 어긋 낫기 때문에 기소하고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앞에서 나의 행동에 대한 가치는 사라지고 모든 것은 법 조항만으로 평가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화가 난다. 대통령 선거에서 치명적인 개입을 했던 국정원에 대한 처벌은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휴가철이니 8월 중순 쯤에 국정조사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법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청년들이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며 선거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청년대선캠프의 편인가, 아니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의 편인가. 벌금 50만 원. 속은 쓰리지만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은 얼마의 벌금을 내야하는지.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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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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