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적게 썼다고 신용점수 깎였습니다"

[제보] 개인신용평가회사 평가 방법에 맹점... "신용평가 요소 늘려야"

등록 2013.07.30 21:24수정 2013.07.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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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신용카드 적게 썼다고 신용점수 깎는 게 말이나 됩니까?"

유지훈(가명, 33)씨는 지난 15일 자신이 가입한 A 신용평가회사에서 신용점수를 조회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에 비해 대출, 연체 등 신용과 관련된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신용점수가 930점에서 914점으로 하락한 것이었다.

유씨가 문의게시판을 통해 자초지종을 따져 묻자 이 회사에서는 "고객님의 경우에는 카드 이용실적이 이전 6개월 대비 소폭 감소하면서 신용점수 가점 요인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등급은 본인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가 아닌 국민경제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상대적 평가"라고 덧붙였다.

추후 자영업을 할 생각으로 개인 신용정보 관리 차원에서 이 회사에 가입한 유씨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신용카드 실적이 줄었다고 신용점수 깎는다는 건 결국 신용카드 더 쓰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나야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14점 하락해도 등급 자체는 1등급이지만 이것 때문에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씨는 이 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린다는 대답을 들었다.

"신용등급 평가 자체가 상대적 평가라서..."

개인신용평점은 각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를 종합해 1년 내 90일 이상의 장기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통계적 방법에 의해 1~1000점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 수록 신용도가 낮다는 얘기이고 평점이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서 10개의 신용 등급이 매겨지게 된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이런 일을 하는 대표적인 신용평가회사다.

A 신용평가회사에서는 유씨 사례에 대해 점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용등급 자체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신용점수를 가진 사람의 신용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서 내 등급이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하나에 자신에게 적용되는 대출금 규모와 금리 수준이 갈리는 일반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A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카드 사용 금액이 신용점수 변동의 요소 중 하나인 것은 맞다"면서도 "사실 등급이 이렇게 나왔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통화한 카드업계 종사자들 역시 일반인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개인평가에 따라서 한도 금액이 있으니 그 안에서 잘 사용해주시고 잘 갚으면 내부적으로는 좋게 평가가 된다"면서 "한도 내에서 사용하고 연체가 없는데 신용에 왜 악영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신용등급 평가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통계적 자료를 가지고 확률을 계산하는 신용평가 모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씨처럼 대출도 연체도 전혀 없는 사람의 경우 신용평가회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란 신용카드 사용액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신용평가회사의 평가 방법에 맹점이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신용평가 요소로 건강보험 납부실적, 공과금 납부실적 등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정보들을 추가로 넣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완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는 "지금은 신용등급을 올리고 싶은 개인이 공공기관에서 관련 납부 실적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그것을 일부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평점에 반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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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씨가 A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받은 답변. ⓒ 김동환


"서민 금융기관일수록 신용평가회사 의존도 높아"

은행, 카드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처음 방문하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정보를 주로 참고하게 된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거래내역이 쌓이면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하지만 타 금융권의 대출이나 연체 내역까지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정보도 참고한다"면서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신협 등은 자체 모형이 없기 때문에 특히 신용평가회사의 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정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용 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이 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신한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카드를 처음 발급받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카드 신청서에 보면 아예 신용평가 회사에서 신용정보를 받는 부분에 대한 동의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정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기준에 따르면 카드를 만들 때 개인 신용정보가 몇 등급이냐에 따라서 발급절차가 결정되는데 그때 기준으로 쓰이는 게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이라는 것이다. 그는 "7등급부터는 가처분 월 소득을 따지는 등 카드 발급을 받는 기준이 더 엄격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에서는 이같은 문제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차원에서 신용평가 기관이 신용등급 하락 이유에 대해 소비자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화된 민원 응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이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바로 금융감독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개인신용평가 이의제기 경로도 마련할 계획이다.
#신용평가회사 #신용평점 #신용등급 #개인신용평가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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