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야, 전생에 너는 어떤 개였니"

[서평] 윤회 그리고 해탈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

등록 2013.08.01 12:07수정 2013.08.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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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쁘띠가 낳은 새끼 개 세 마리. 사진 왼쪽 강아지가  깜지, 가운데 강아지는  반지, 오른쪽 강아지는 꼭지.
10년 전, 쁘띠가 낳은 새끼 개 세 마리. 사진 왼쪽 강아지가 깜지, 가운데 강아지는 반지, 오른쪽 강아지는 꼭지. 임윤수

"쁘띠야 너는 전생에 어떤 개였고, 깜지 너는 전생에 또 어떤 개였니?"

쁘띠는 13살이고 깜지는 11살 되는 개로, 쁘띠는 깜지를 낳은 어미로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들입니다. 식구들이 드나들 때,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두 마리 개들은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나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맞아줍니다. 밤낮도 가리지 않고, 회수도 가리지 않고 열 번이면 열 번 드나드는 족족 쪼르르 달려 나와 반갑게 맞아줍니다.


가끔은 집안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지만 매번 귀찮아하지 않고 이렇듯 반갑게 맞아주고, 누워있기라도 하면 기름기 줄줄 흐르는 얼굴 마다하지 않고 쪽쪽 핥아주면 부리는 애교에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개들입니다.

평소에는 그냥 예뻐하고 귀여워하기만 하던 개들이었지만 어제는 두 마리를 나란히 앉혀놓고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쁘띠야 너는 전생에 어떤 개였고, 깜지 너는 또 전생에 어떤 개였니?" 하고 혼잣말을 하듯 물어 본 것입니다.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나니 개들의 전생이 갑자기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개를 통해서 보는 윤회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지은이 헬렌 마노스┃그림 줄리 비바스┃옮긴이 김선희┃펴낸곳 담앤북스┃2013.07.29┃1만 2000원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지은이 헬렌 마노스┃그림 줄리 비바스┃옮긴이 김선희┃펴낸곳 담앤북스┃2013.07.29┃1만 2000원담앤북스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는 호주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자 불교도인 헬렌 마노스가 글을 쓰고, 호주에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줄리 바비스가 그림을 그린 것을 번역가이자 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 중인 김선희가 옮겨 담앤북스에서 펴낸 어린이용 도서입니다.

삼사라는 이런저런 모습을 한 개로 여러 생을 살아갑니다.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며 거리를 떠돌며 살던 삼사라는 낡은 자루 안에서 숨을 거둔 후 폭주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불량한 개로 태어납니다.


거리를 누비는 폭주족들, 불법을 자행하고 굉음을 내며 폭주를 즐기는 폭주족들과 함께 살아가던 삼사라는 결국 단속에 쫓기던 폭주족 오토바이에 타고 있다 튕겨나가는 사고로 한 생을 마감하며 탐지견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삼사라는 신발 냄새, 동물 가죽 냄새, 배가 뒤틀릴 것 같은 공포의 냄새를 맡으며 죽을 때까지 일을 하지만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채 죽어서 이번에는 아주 병약한 개로 다시 태어납니다. 얼마 살지 못하고 염불소리를 들으며 죽은 삼사라는 광대와 함께 살아가는 개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개로 살아가며 일생을 마친 후 춥고 험준한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구하는 구조견으로 다시 살아갑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다 구조견으로 태어난 삼사라는 구조를 받은 사람들이 해주는 입맞춤과 칭찬까지 받게 됩니다. 지금껏 여러 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 무언가 가슴에서 묵직하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죽어간 삼사라는 삼사라를 정말 귀여워하고 소중하게 보살펴주는 공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개로 태어납니다.    

공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을 마감한 삼사라는 보트 창고에서 다시 태어나, 가난하지만 노래를 즐겨 부르고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모래 언덕을 함께 뛰놀고, 한 이불 속에서 삼사라를 꼭 껴안아 주던 소년은 어느 날 모래언덕에서 아래 해변으로 떨어지며 시력을 잃게 됩니다. 삼사라는 이때부터 소년의 눈이 되어주고 소년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며 자신 보다 소년을 더 사랑하다 소년의 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심성의 밭에 뿌릴 수 있는 좋은 씨앗이 담긴 씨앗 망태기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처럼 복을 심으면 복을 받고, 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삼사라는 '윤회'라는 뜻으로, 개로 살아가던 삼사라는 여러 생을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좋은 개로 살아갔고, 결국에는 윤회의 궤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 헌신적으로 소년을 위해 살아가다 해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온갖 애교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는 깜지
온갖 애교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는 깜지임윤수

쁘띠와 깜지가 살아가는 모습을 삼사라가 살아갔던 생에서 비교해보니 공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간 생쯤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삼사라가 그러했듯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해주는 쁘띠와 깜지도 다음 생에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개로 살다 윤회고를 면하고 해탈하는 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성철 스님께서는 '윤회'는 방편이 아니고 정설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는 거듭되는 삼사라의 여러 생을 통해 '윤회'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제 막 심성의 밭을 일구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의 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심성의 밭을 잘 가꾸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지은이 헬렌 마노스┃그림 줄리 비바스┃옮긴이 김선희┃펴낸곳 담앤북스┃2013.07.29┃1만 2000원

삼사라 이야기 - 다시 태어난 개

헬렌 마노스 글, 줄리 비바스 그림, 김선희 옮김,
담앤북스, 2013


#다시 태어난 개 삼사라 이야기 #김선희 #담앤북스 #윤회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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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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