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막둥이, '자위'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김동수
"엄마, '자위'가 뭐예요?""…""아빠, 자위가 뭐예요?""…""형아와 누나는 자위가 무엇인지 알아?""응…"
지난 1일 막둥이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책 읽는 것이 1년에 손으로 꼽을 정도인 막둥이를 대견스럽게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자위가 뭐냐고 묻는 통에 아내와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단 한 번도 자위가 무엇인지 물은 일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서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중3인 첫째와 중2인 둘째는 학교에서 배운 듯 말을 하려다가 아빠와 엄마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아빠! 자위가 무엇인지 물었잖아요?""응…""진짜 답답해요?""자위는 고추를 계속 만지면 물 같은 것이 나와."(아내)"고추를 왜 만져요?""남자는 고추를 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야."(아내)"난 아직 만져 본 적이 없어요.""그렇구나."(아내)"아빠와 형아도 만져요?""방금 말했잖아. 고추를 만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응. 알았어요."엄마 말이 이해가 되었는지 몰라도 막둥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버 무리고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형과 누나는 한 번 묻고는 더 이상 묻지 않지만, 막둥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묻습니다. 궁금한 것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 자위가 무엇인지 또 물을 것이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빨리 찾아왔습니다. 어제(2일)는 고추에 왜 털이 나는지 물었습니다.
"아빠. 형아 친구하고 목욕을 같이 갔는데 고추에 털어 났어."
"그래? 아빠도 있잖아."
"그런데 왜 형아와 나는 털이 안 났어?"
"형은 조금만 더 있으면 날 거야. 막둥이는 더 오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알겠는데. 왜 고추에 털이 나는지 궁금해?""음... 그것은 말이야."
"어제는 자위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잘 가르쳐주지 않더니 오늘은 고추에 털이나는 것도 잘 모르네.""고추에 털이 나는 것은 어른이 조금씩 되어간다는 거야.""어른이 되어 간다고?""응."솔직히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전혀 성교육을 받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자랄 때와는 성문화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연히 배워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막둥이가 자위가 무엇인지, 고추에 왜 털이 나는지 묻자 얼버무렸습니다. 막둥이는 벌써 청소년이 되었는데 저는 아직 갓 초등학교 들어간 여덟 살 먹은 아이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이제 공부해야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