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제안한 민주당, 청와대는 '무시'

박 대통령 겨냥한 민주당 장외투쟁... "구경꾼 정치 여기까지여야"

등록 2013.08.04 15:26수정 2013.08.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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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나흘째로 접어든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당의 장외 공세에 대해 철저한 무시 전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좌초 위기에 놓인 국정원 국정조사 등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영수회담 수용을 박 대통령에게 재차 요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4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및 민주주의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장단 연석회의'에서 "어제 박 대통령에게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고 국민 앞에서 제안했다"며 "국민 함성에 대해 이제 박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한길 "박 대통령, 국민 함성에 답해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남소연

김 대표는 전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사전 조율, 의전은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든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박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을 풀어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만이 현 정국을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민의 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은 꽉 막힌 국정조사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증인들을 청문회에 불러내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하는 배후에는 결국 청와대가 있다는 의심도 자리잡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침묵하는 청와대... 새누리당도 "여야 대표 회담이 우선" 공동보조


청와대는 민주당의 영수회담 요구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에는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 입장차로 시작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해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회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야 대표 회담이 우선"이라고 밝히는 등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한 청와대의 무반응은 박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때도 "국정원 문제에 대해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지만 그 절차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서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이야기 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민주당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한 제1야당 대표의 회담 제의에 일언반구 대꾸조차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예의 없고 오만한 태도"라며 "이는 야당 무시가 아니라 국민무시"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야당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유아독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구경꾼 정치'는 여기까지 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도 제 1야당이 영수회담을 요구하면 무시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청와대의 태도는) 예의에 어긋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외투쟁 장기화?... 김한길 "쉬울 것으로 보고 천막 친 게 아니다"

특히 청와대가 민주당의 회담 제의를 끝까지 무시할 경우 여야간 대립이 더 심해지면서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하반기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 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쉽지 않게 된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지금까지 보인 태도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쉬울 것으로 보고 천막을 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장외투쟁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회담 제의를 무시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며 "당장은 편할 수 있겠지만 결국 국정운영 부담이라는 정치적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이번 주 업무에 복귀하는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근혜 #김한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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