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대출' 권장, 출퇴근 길에 숨어 있었네

[아름다운 얼굴 이야기] 사채 쓰며 성형하는 사람들

등록 2013.08.05 18:46수정 2013.08.0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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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대출' 관련 뉴스 검색 결과. ⓒ 포털 다음 갈무리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이 법을 어긴 다수의 성형외과가 적발돼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른바,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건네고 환자를 알선받았다는 게 적발 사유다. 그중 일부는 대부업체와 연계돼 '성형대출'을 해주기도 했단다. 심지어 환자가 병원에서 수술을 먼저 받고, 나중에 대부업체가 수수료를 떼고 병원에 건네주는 '후불제 성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업체나 브로커 입장에서는 환자가 수술을 많이 받을수록 이익이 생긴다. 그래서 과잉진료를 유도한다. 이른바 '성형 권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성형 광고가 판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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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과 미용산업의 구조 속에서 이용당하는 여성을 그린 영화 <오버 더 힐>(2007) 중 한 장면. 이 영화는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2008)에 상연됐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온갖 성형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시민들은 출퇴근하면서 비포&애프터(Before & After) 사진을 보면서 이동한다. 이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처럼 교통수단에 광고를 많이 하는 나라도 드물거니와, 이처럼 성형관련 광고를 유독 많이 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과 버스가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성형 강국'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중들의 교통수단인 지하철과 버스에 붙어 있는 성형 관련 광고를 보면서 함께 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성형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한다.

마케팅 차원에서 스스로를 알리고 고객들이 찾아오는게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고,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프랑스는 2005년부터 모든 성형 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2012년에 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에서 성형광고를 전면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성형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고, 마치 인생의 문제를 성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명 '포토샵 금지법'이 있다. 영국에서는 2011년에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화장품 광고를 금지한 적이 있다. 이유는 포토샵을 이용한 과도한 보정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2012년 광고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포토샵을 이용한 보정이 소비자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을 꿈꾸게 하는 사회


이런 광고들의 이면에는 '외모를 바꾸면 더 성공하고, 더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서, 버스를 타면서 접하는 다양한 성형 전후 사진들은 우리에게 얼굴을 바꾸면 보다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를 전달받고, 어떤 이들은 성형으로 인한 인생역전을 꿈꾼다. 이런 기대는 복권 당첨을 바라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와 같은 기대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더 커진다. 연예인들은 방송에 나와 자신의 성형 이력을 밝히면, 사람들은 그들처럼 되기 위해 성형을 받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양악 수술 열풍'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열망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을 구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열망과 기대를 빨리 충족시키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브로커로부터 불법으로 환자를 소개받은 책임을 가장 크게 지는 것은 병원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나 브로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

이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헛된 기대를 품게 하고, 욕망 실현의 굴레로 손짓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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