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외침 "우리도 사람입니다"

[현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첫 집회 부산서 열려

등록 2013.08.08 09:28수정 2013.08.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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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파괴 공작, 근로기준법 위반을 규탄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부산양산 조합원 총궐기 문화제’를 7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파괴 공작, 근로기준법 위반을 규탄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부산양산 조합원 총궐기 문화제’를 7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고 있다. 정민규

"우리는 삼성의 '앵벌이'였습니다."

7일 저녁 부산 서면거리로 나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첫 외침은 고백과도 같았다. 지난달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 집회. 그래서인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움직임에는 설렘과 긴장이 묻어있는 듯했다. 집회에서 으레 하는 구호와 노동가요가 어색했고, 촛불을 들고 열기가 식지 않은 보도블록에 앉은 서로를 겸연쩍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 자리에 모인 삼성전자서비스 부산양산지부 노동자와 금속노조 노동자 100여 명이 내지르는 함성은 여느 집회보다도 컸다. 이들은 그 목소리가 그동안 억눌려왔던 자신들의 목소리라고 했다. 준비해온 원고가 꼬깃해질 때까지 가다듬던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부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2013년 지금 최저임금도 보장해 주지 않고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주지 않는 회사가 자칭 초일류, 글로벌을 외치는 삼성전자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분노한 것입니다. 밤늦은 시간 밥도 챙겨먹지 못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 초주검이 된 채 집으로 돌아와 곤하게 자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보고 피울음을 토해만 했던 저희 직원들입니다.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내 사랑하는 가정을 이제 지키고 싶다고 외치는 게 죄란 말입니까?"

마지막까지 볼펜으로 다시 꾹꾹 눌러 고쳐 잡은 글을 읽어 내려가며 곽 부지회장은 삼성의 변화를 염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한 바람도 함께 전했다. 그는 "이 나라는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이 비정규직 문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의 위장도급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의 손으로 마련한 '삼성전자서비스 부산양산 조합원 총궐기문화제'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파괴 공작, 근로기준법 위반을 성토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나서 이들의 외침에 힘을 실었다. 특히 여전히 노조와의 대화에 소극적인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올해 당기 순이익 14조 원에는 당연히 서비스센터의 피눈물이 녹아 있다"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당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요일 가족과 여행도 가는데... 왜 여태껏 목소리 죽여살았나 한탄"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도 "이병철 회장이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노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병철, 이건희가 용인하고 이재용이 승인하는 게 아니라 노조를 만드는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선택을 응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들의 성원에 화답하며 쉼없는 투쟁을 이야기했다. 윤영일 부산해운대센터 분회장은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용기를 심어주었기때문"이라며 "노조를 하고 나서 토요일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물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왜 여태까지 목소리를 죽여가며 죽어서 살았는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차석우 부산진센터 분회장은 "삼성에서 제일 대우를 못 받는 게 삼성전자서비스직원이고, 회사에서 산재도 인정해주지 않아 산재인정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들어가는 비용도 직원이 부담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삼성전자서비스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서 달라"고 부탁했다.

임채광 서부산센터 분회장은 "저희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삼성전자서비스는 비대해졌다"며 "저희들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라고, 힘들고, 아프고, 지치고, 배고픈 걸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집회에 나선 소감을 말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현장을 찾은 박종태 노조 대의원은 "10년 뒤에 저희 딸이 오늘 이날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딸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아빠가 당당하고 멋지게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을 했노라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며 "꼭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문화제가 있기 앞서 오후 2시부터 부산 삼성전자서비스 사하센터를 찾아 사측을 향한 교섭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이번 집회와 문화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서비스를 향한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를 찾아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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