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은 노동"... 종교인도 근로소득세 징수해야

등록 2013.08.09 14:24수정 2013.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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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8조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다면, 모든 국민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동안 종교인(목사·스님)은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물론 개별로 세금을 내는 목사들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종교인(이하 의미는 목사)들에게 세금을 거두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왜 우리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했고,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2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들은 교회에서 받은 것을 '사례금'으로 부른다. 거룩한 일을 수행했기 때문에 사례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노동에 대한 수입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의 대가로 받는 소득이 아니기때문에 근로소득세 징수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성직은 노동"이 아니라는 말에 정부는 소득세 과세를 할 엄두도 못냈다. 물론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게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했던(혹은 안 했던) 종교인 과세를 박근혜 정부가 2015년부터 실시하겠다고 8일 밝혔다. 그런데 세금 부과 방법이 조금 이상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득분류 방법이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기타과세'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이외에 강연료·인세·자문료·사례금 등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기타세금 부과 방법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기타소득세로 한 것은 "성직은 노동이 아니다"라는 종교인들 주장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기타소득세가 아닌 근로소득세로 징수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직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성직은 노동이 아니라는 목사들 주장에는 '성속(聖俗)이원론'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즉 설교·기도·찬송·전도·선교는 거룩하고, 농사짓고, 운전하고 장사하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거룩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신자들이 하는 일보다 더 거룩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성직은 노동이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기도하고, 설교하는 것만 거룩한 것일까? 성(聖) 베네딕트는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고 말했다. 기도에 예배와 찬송, 전도와 선교가 들어가도 상관없다. 노동과 기도를 분리하는 것은 이원론이다. 성경 가르침에 맞지 않다.

예수회를 설립한 고 대천덕 신부는 <대천덕 신부가 말하는 토지와 경제정의>에서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분리될 수 없다"면서 "물질적인 문제는 기도와 영적 전쟁 없이는 해결될 수 없으며, 영적인 문제는 현실의 삶 즉, 실제적인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기도와 노동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는 말이다. 성경도 노동이 결코 천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애굽기 20:8~11)

예수님은 자신과 아버지도 일하신다고 말씀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하시매."(요한복음 5장 17절)

목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 중 하나가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 이하는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 우리가 들은즉 너희 가운데 게으르게 행하여 도무지 일하지 아니하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자들이 있다 하니 이런 자들에게 우리가 명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권하기를 조용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으라 하노라"라고 말했다. 노동이 기도와 찬송과 예배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목사인 나는 신자들에게 자주 설교한다. 1만명 모이는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와 지리산 골짜기에서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가 2-3평짜리 밭에서 일하는 것 모두 하나님은 거룩하게 여기신다고. MB가 대통령일 때, 4대강을 죽인 장로 MB가 드린 십일조보다, 지리산 골짜기 할머니가 드린 십일조 1000원을 하나님은 더 거룩하게 받으신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할머니가 드린 1000원은 땀 흘려 얻는 수익을 드렸기 때문에 거룩하다고. 신자들이 피와 땀으로 드린 헌금을 받고도 "성직은 노동이 아니"라며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기타과세로 종교인 과세가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아예 징수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로소득세가 답이다. 기도가 노동이요, 노동이 기도다.
#종교인 과세 #기타과세 #근로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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