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이아무개씨가 국정원 청사 내에서 IP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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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인터넷을 통한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활동을 오피스텔이나 커피숍 등에서 해왔다. 이들은 IP 변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을 사용해 위치 추적을 회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한 활동이 체질화된 정보기관의 조직원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요원은 버젓히 국정원 청사에서, IP 변조 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은 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경찰 수사에서 꼬리가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수년간 계속된 여론조작 행위로 요원들의 죄의식과 보안의식이 모두 희박해졌음을 시사한다.
지난 4월 18일 경찰이 검찰에 넘긴 국정원 사건 송치기록에 따르면, 심리전단 요원 이아무개씨가 닉네임 '별빛달빛햇빛(ID bangbang00)'으로 지난해 11월 28일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IP를 추적해 보니 서울 내곡동 주소지의 국정원이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월척'을 낚은 경우다.
그래서 경찰은 송치기록에 "특히"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후 "'별빛달빛햇빛'은 2012. 11. 28. 10:44:22과 같은 날 10:59:43 2회에 걸쳐 IP 210.183.×××.××로 '오늘의 유머'에 접속(로그인)한 내역 확인되고, 해당 IP 설치 주소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 미래기획사로 국정원으로 확인되었다"라고 적시했다.
'미래기획사'는 예전부터 국정원이 외근 활동을 할 때 사용해온 여러 위장 명칭 가운데 하나다. 국정원 청사는 1급 보안시설로 각종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범죄일람표를 보면, 지난해 11월 28일 해당 시간대 앞뒤로 '별빛달빛햇빛'이라는 닉네임으로 '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주로 박근혜 후보를 반대한 글이나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게시글에 반대 버튼을 눌렀다.
국정원의 흔적을 직접적으로 남긴 이씨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기소(국정원법 위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