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4일 전남 나주에서 잠자는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고아무개(24)씨에게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30년, 성충동 약물치료(이른바 화학적 거세) 5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씨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강간 등 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 등)이다.
법리적용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고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간음 목적으로 피해자를 약취한 행위에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4항이 삭제되고, 형법 제288조 제1항이 일부 개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과거에 범죄로 보던 행위에 대해 그 평가가 달라져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했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했을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음 목적으로 약취·유인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2 제4항이 원심판결 선고 전 삭제(2013년 4월 5일)되고, 개정(2013년 4월 5일)된 형법에 간음 목적 약취·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 취지는 간음 목적의 약취의 형태와 동기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종전의 조치가 과중하다는 데에서 나온 반성적 조치"라며 "그렇다면 피고인이 간음 목적으로 피해자를 약취한 행위는 행위시법인 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규정에 의해서 가중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공소사실에 대해 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규정을 적용한 제1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형벌법규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법령 적용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8월 30일 평소 부모와 친분이 있던 초등생 A양(당시 6세)의 집에 침입해, 이불을 덮고 잠자고 있던 A양을 이불채로 감싸 안고 밖으로 나와 200m 가량 떨어져 있는 인근 대교 아래 공터로 데려가 납치했다.
고씨는 여기서 A양을 성폭행한 다음, 신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목을 졸라 살해하려했다. 그런데 고씨는 A양이 목 졸림으로 실신한 것을 죽은 것으로 오인해 현장을 떠나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양은 잔혹한 성폭행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 등을 입었다.
1심인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고씨에게 무기징역, 개인신상정보공개 10년을 선고했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가학적·변태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표출한 범죄의 잔혹성, 범행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악성, 피해 정도, 피해자의 강력한 처벌의사, 이 사건 범행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두루 참작해 볼 때, 피고인에게 관용을 베풀어 장래에 사회로 복귀시키고 교화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어린 아동을 상대로 하는 잔혹한 범죄에 대해 준엄히 경고해 잠재적 피고인들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판단되므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고씨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의 정신병적 요인이 범행을 저지른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 점, 범죄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성범죄는 처음인 등을 감안하면 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고, 또한 전자발찌 30년과 성충동 약물치료기간 5년은 너무 장기여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행의 잔혹성,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극심한 피해 등을 감안하면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해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또한 "범행에서 피고인의 악성, 소아성기호증세 등에 비춰 볼 때 성충동 약물치료기간은 너무 짧아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검사의 항소와 고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전자발찌 부착과 성충동 약물치료를 명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전자발찌 부착기간 및 약물치료기간이 너무 길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고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검사의 항소에 대해 "중형이 선고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살인미수 범행은 강간범행 도중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순간적으로 저질러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을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구라도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사형만이 불가피한 형벌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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